◎당국 “여론부담·결속취약” 분석/현총련·대로협 향방 신경곤두/전노대 “제2노총 무산위기” 강경노선 가능성도 철도·지하철의 연쇄파업이 과연 민간대기업노조의 동조연대파업으로까지 확산될 것인가. 만약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로대)가 공언한대로 27일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연대파업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공권력의 초강경대응을 초래, 걷잡을 수 없는 파국상황이 벌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전노대는 전국업종노조회의(업종회의), 전국노조협의회(전로협),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대우그룹노조협의회(대로협)로 구성되어 있으나 사실상 연대파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현총련과 대노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핵심사업장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노조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미 지난 24, 25일에 잇따라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27일에도 5시간 파업키로 하는 등 파업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대우조선도 이미 파업찬반투표까지 마쳐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이다. 이밖에 한진중공업 현대정공 기아자동차 효성중공업 등 전노대산하 주요대기업노조들도 쟁의절차를 끝냈거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있어 이번주내에 대부분 파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전노협산하 수도권지역 일부업체노조에서도 연대파업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등 관계당국에서는 이같은 구체적 상황전개에도 불구, 전노대가 의도하고 있는대로의 대규모 연대파업은 힘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관계자들은 우선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 등 대기업 근로자 정서가 전같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번 현대중공업 파업찬반투표에서의 찬성률 63.7%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20%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며, 대우조선은 60%에도 못미치는 예상밖의 저조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 정도의 찬성률은 집행부로서도 성급하게 파업돌입을 결정하기 힘든 수치라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예전같으면 이미 각 사업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동요가 표면화되고 강경파의 목소리가 고조되게 마련인데 현재까지는 대체로 평소의 분위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6월로 예정했던 협상 및 투쟁일정에 따라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별히 이번 철도·지하철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고있는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즉 노조지도부가 명분선택에 고심하며 사태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뿐 일반조합원들의 경우는 철도·지하철파업에 대한 심정적 연대감이 그다지 깊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섣불리 파업할 경우 현재 철도·지하철에 쏠리고 있는 여론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가능성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당국에서는 그밖에도 전노대가 개별노조의 상위단체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여러 단체를 연합한 회의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 산하단위노조에 대한 구속력이나 노조간 결속력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품고 있다. 결국 동조파업이라는 명분보다는 각 개별사업장의 노사분위기에 따라 대기업노조들의 행동방향이 결정되리라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연대파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전노대의 핵심축인 현총련이나 대노협지도부가 더이상 공권력에 밀릴 경우 제2노총을 목표로 한 노동계의 재편작업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 등으로 강경노선을 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노대 등에 대해 단호한 법적대응방침을 거듭 밝히고 집행부간부 3∼4명에 대한 혐의를 확정해 놓고 있는 상태이면서도 사전영장발부나 관련장소에 대한 압수수색등 구체적인 법집행은 27일 이후로 미루고 있다. 파업양상을 지켜보아가며 사법처리의 폭과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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