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유행가의 사연이 생각난다. 적대관계 46년이라는 기나긴 동면에서 이제야 남북한이 깨어나는 듯하다. 지난날 그렇게도 성사시키려 했던 정상회담이 타의에 의해 계기가 마련돼, 그리고 문득 현실화되는 것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통한의 분단반세기라는 세월이 야속할 뿐이라는 마음이 앞선다. 기다림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상사를 우리는 흔히 본다. 2년간 신문기자로 열심히 뛰던 친지가 사업가로 인생행로를 바꾸었다. 어느 사석에서 그는 『신문기자때의 사고의 잔재를 말끔히 씻어내는데 10년은 걸린 듯하다』고 실토를 했다. 또한 미국에서 20년을 살다가 역이민을 온 어느 가장은 5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문화충격」(CULTURE SHOCK)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한 통일세미나에 나왔던 여성발표자도 『남북한간은 이질화 불신 배타의 벽이 너무 높으니 한30년 남북연합단계를 가진 뒤에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통일의 그날, 남북한 주민이 겪어야할 사상충격·정치충격·경제충격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전세계가 관객이 되는 남북한정상회담이 7월중에 열릴 것같다. 우선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의 만나는 모습이 궁금하다. 첫 덕담의 내용은 무엇일까. 역사와 민족을 위해서 한점 부끄럼이 없이 통일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할까, 아니면 정치적인 제스처에만 과민을 할는지….
한때나마 「전쟁과 평화」의 긴장국면에 접어들었던 한반도가 결국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중재가 빛을 본것이 반갑다. 만약 그의 역할이 아니었다면 유엔의 북한제재 목소리는 높아지고 한여름내내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세기의 드라마를 기다리는 마음이 흡사 7월 바캉스를 떠나려는 것처럼 부풀어 있다. 한국국민 92%가 정상회담을 찬성하는 것도 기쁜 일이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고 취임사를 했던 김영삼대통령이 「지금 역사가 바뀔지도 모르니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말은 의미가 깊다. 북한의 「7천만 겨레에게 화해와 단합의 기쁨을 주고, 나라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에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될것」이라는 응답에도 신뢰가 간다.
역사적인 이번 정상회담에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너무 큰 기대는 자칫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주 만날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판문점·서울·평양·백두산·한라산을 정례적으로 오가며 응어리진 한을 풀고 21세기를 향한 새 통일역사를 창조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 첫 만남에는 「남북불신해소헌장」에 공동서명을 하고 그 신뢰속에 핵투명성보장·경제교류·평화체제구축·군축을 단계적으로 이루어 가면 어떨까. 물론 그 사이 미국과 북한, 그리고 북한 일본과의 수교도 이루어지고.
남북정상의 만남을 원년으로 국민들도 통일을 위한 「신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부정적이고 배타적이고 냉소적인 통일의식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민족을 포용하는 큰 마음으로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한반도에서 나왔으면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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