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6년 겨울 어느 토요일. 당시 문교부장관이던 황산덕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한자는 우리에게 영원한 필수과목입니다』 그 때는 각부장관들이 1주일에 한번정도 출입기자들과 만나 다를 들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다. ◆그의 한자 교육발언은 며칠전 있었던 자택에서의 자녀 얘기에서부터 비롯됐다. 『그래도 국내 최고의 대학, 최고의 학부를 다녔다는 젊은이가 신문사설을 제대로 읽지 못하니, 원…』 훗날 소문은 청와대의 한 회의에서도 이러한 얘기와 함께 한자교육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박대통령으로부터 심한 꾸지람과 핀잔까지 받았고 개각때의 장관직 퇴진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확인되지는 않았다. ◆금년 들어 「국제화」가 특히 강조되면서 각 기업 재벌에서 사원들에 대한 한자교육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몇몇 재벌은 내년부터 신입사원 채용때 한자시험을 추가한다고 못박기도 했다.그로부터 불과 반년. 그런데 요즘 각 업체에서는 그같은 열기와 분위기가 시들해지고 말았다. 처음엔 그나마 몇십명씩의 희망자가 몰리더니 지금은 거의가 중도하차해 버려 5,6명이 고작이라는것.강좌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없앤 기업체도 있다. ◆「한자권인구는 14억으로 전세계인구(54억)의 26%, 영어권인구(15억)와 맞먹는다」는 현실을 믿으려들지 않는다는 푸념도 있다. 시간이 없고, 어려운데다, 흥미마저 없다는게 중도포기 사원들의 변이라고 한다. 동남아를 비롯한 대중국의 교역과 교류는 계속 늘고 있는데 연초의 열기가 너무 일찍 식어버린 것같아 아쉽다고도 말한다. 18년전, 장관이기보다 존경받는 명교수, 노석학이었던 황씨의 얘기가 새삼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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