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원인 상세하게다뤄 사건본질 이해도와/사태 악화전 좀더 심층분석 여론 환기했어야 현대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정보위기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이 관점은 오늘날의 위기는 급격한 사회변동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변동에 적절한 대응능력을 상실한 데에 위기의 본질이 있다고 파악한다. 즉 변동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얻음으로써 변동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지는 위기를 말한다.
우리 언론의 정보제공 양식은 사건의 단편화 내지 고립화, 구조적 요인을 무시한 인물중심의 극화, 역사적 과정 속에서 특정 사건의 의미를 위치시키지 않고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취급하려는 몰역사성 등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런 것들이 정보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지면을 통해 얼마만큼 정보위기가 극복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지난주 한국일보를 비롯한 도하 각 신문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이슈는 역시 남북정상회담과 철도 및 지하철 파업에 관한 보도였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정보위기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보도보다는 철도및 지하철파업에 관한 보도에서 더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파업보도 양식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필자는 직업상 조석간을 합쳐 6개의 신문을 구독하면서 하루에 2시간 이상을 신문 읽는데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23일 철도 파업이 발생하여 신문 지면을 시커멓게 먹칠할 때까지도 파업이 왜 일어났는지, 다시 말해 노사갈등의 핵심쟁점은 무엇이고 어떤 대목에서 결정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다음날인 24일 일부 조간신문의 보도를 보고서도 그랬다.
파업과 관련하여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관한 보도가 주류를 이루었고 시민들이 겪는 불편과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하는 한탄만 대서특필했지 파업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24일자 한국일보 2면의 「임의단체로 협상 한계」와 3면의 「노사 양측의 입장」제하의 기사는 파업의 쟁점 및 원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국일보 외에는 한국일보의 전통적 상대지인 C일보가 유일하게 협상의 쟁점 및 과정을 다루었으나 한국일보의 기사가 내용상 더 충실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협상의 주요 쟁점과 협상과정에서 무엇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파업이 일어나기 전부터 상세하게 보도하고 여론을 환기시켰으면 사태가 지금처럼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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