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장 선출 실패 안팎/「긴밀통합」 데한느 지지/불·독/끝내 비토… 합의 막아/영·국/북핵 사찰촉구·체르노빌 원전지원만 한목소리 24·25일 양일간 그리스 휴양도시 코르푸에서 열린 유럽연합(EU)정상회담은 가장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폐막했다. 12개 회원국정상들은 올해말로 10년 임기를 끝내는 자크 들로르 집행위원장의 후임자 선출에 실패,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지향하는 유럽통합에 대한 회원국간 이견과 불화를 다시한번 드러냈다. 내년부터 EU의 새 식구가 될 스칸디나비아 3국과 오스트리아의 가입협정에 서명한것은 예정된 의례적 절차일 뿐이다.
회원국의 확대문제에 앞서 지금 유럽통합과정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통합의 질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차기위원장 선출진통은 이점을 여실히 부각한 것이다. 내년부터 4년간 통합의 실무를 지휘할 새 위원장은 통합을 완성단계 직전까지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99년까지 단일통화를 창출, 통합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차기위원장 후보로 나선 인물은 장 데한느벨기에총리와 루드 루버스네덜란드총리, 레온 브리튼EU무역담당 집행위원(영국)등 3명이었다. 데한느총리는 질적으로 긴밀한 통합을 추구하는 적극통합파이나 루버스총리는 느슨한 통합의 입장을 가진 소극적 통합주의자로 분류된다. 긴밀한 유럽통합을 주도하는 「대륙 주의」의 프랑스와 독일등은 데한느를, 느슨한 통합을 바라는 「대서양주의」의 영국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루버스를 지지했다.
11개국은 결국 불·독의 설득으로 마지막 순간 데한느에게 돌아섰지만 영국은 끝까지 그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함으로써 합의를 불발시켰다. EU의 중요사항결정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새 위원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15일에 열기로한 특별정상회담에서도 영국의 강경자세 때문에 일단 데한느총리의 선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데한느가 차기위원장이 될 가능성은 메이저가 사임하거나 마스트리히트조약상의 집행위원장 선출방식을 만장일치제가 이닌 다수결제로 수정하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유력한 대안으로 들로르의 임기연장, 또는 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제3의 인물인 피터 서덜랜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사무총장의 선출이 모색되고 있다.
EU정상회담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것은 북한이 핵사찰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폐쇄 및 새 원전건설에 4억달러를 지원하자는 결정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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