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철도파업 주변표정/지하철공사 안도속 「장기화」 우려/역은 한산 고속버스터미널 “북적”▷지하철◁
지하철 파업 첫날의 출퇴근길은 예상보다는 덜 혼잡했다. 버스 이용시민이 많은데다 출퇴근시간 조정, 월드컵축구중계등으로 분산된 때문이었다. 평소 상오7시부터 1시간30분동안 평균 12만명이 이용하는 신도림역은 10∼15분 간격으로 운행이 이루어졌으나 승객이 20∼30%로 줄어들어 시민들의 표정이 전날 보다 훨씬 밝았다.
그러나 각 역 매표창구에는 시청 및 구청직원들이 15명씩 지원나와 3백50원짜리 보통권만 판매하고 정액권판매를 중지, 환승승객들이 요금을 별도로 정산하는 불편을 겪었다. 또 임시배치된 경력기관사들이 운행에 익숙하지 못해 배차간격이 들쭉날쭉 했다.
▷철도◁
이틀째 파행운행을 하고 있는 철도는 시민들이 철도이용을 피해 고속버스등으로 몰려 한산했다. 이때문에 일부 열차는 표가 남기도 했으며 역까지 나왔던 시민들도 운행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역측의 설명에 서둘러 고속버스터미널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또 예매표 환불이 계속되자 열차표 판매를 대행해온 여행사들은 자금여력이 없다며 역측에 환불을 요구했다.
서울역은 파업에 참가했던 기관사들이 24일 상오 속속 업무에 복귀하자 파업후 처음으로 부산과 광주행 새마을호 2편을 운행했다.
▷철도청·지하철공사◁
공권력 투입요청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일부 비난의 소리로 풀이 죽어 있던 철도청관계자들은 24일 철도근로자들의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격려성 전화가 잇달아 걸려오자 고무된 표정이었다.
철도청은 근무지를 이탈했던 서울기관차 및 천안기관차사무소 소속 9명의 기관사가 복귀명분을 세워달라고 요청해오자 철도청 공안원을 파견해 강제로 이들을 데려오다시피해 소속장에게 인계하는등 한명의 기관사라도 더 복귀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서울지하철공사는 24일 상오11시께 노조파업 돌입이후 처음으로 노조측 협상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교섭재개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전화통화에서 공사측의 직장복귀 설득에 노조측은 『우리도 물러설수 없는 입장이니 공사가 빨리 항복하라』고 맞받아쳤다.
공사측은 지하철운행상황을 일일이 점검, 예상보다는 큰 혼란이 없자 안도하면서도 파업이 지속되면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하철노조·전기협◁
지하철노조원 1천여명은 23일 심야부터 명동성당 문화관등 4곳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원 일부는 지도부의 개인행동 규제에도 볼리비아와의 월드컵축구 경기가 시작되자 주변 다방과 음식점등으로 흩어져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노조 한 간부는 『89년 파업때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지도부가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10일 이상은 충분히 버틸 준비가 돼있다』고 장담했다.
전기협 회원들이 이틀째 농성중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는 각지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24일 농성에 속속 합류하고 경찰에 연행됐다가 훈방된 40∼50명이 가세하자 사기가 고조됐다. 전기협은 농성인원이 2백여명에서 4백여명으로 늘어나자 하오부터 새로 합류하는 인원을 지하철노조원들이 농성중인 명동성당등으로 분산시켰다.
24일 아침 지하철 파업소식을 듣기 위해 TV앞에 모인 농성자들은 지하철이 별 이상없이 운행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볼리비아간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시청하면서 『설마 기독교회관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느냐』며 느긋한 모습도 보였다.【정덕상·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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