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김포공항에는 네팔 근로자 33명이「코리안 드림」을 안고 도착했다. 산업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첫 수입이었다. 이들에 이어 지난22일까지 2백8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추가로 들어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숫자의 한국인들이「뉴질랜드 판타지」를 꿈꾸며 오클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들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간 한국인은 한달에 2백50명꼴.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구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까지 팽개친채 한국을 떠나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취업을 위한 일시적인 입국이고 뉴질랜드로 떠나가는 한국인들은 영구정착을 위한 이민목적이다. 입국과 출국의 성격이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차이는 이들이 갖고 있는 노동력의 질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갖게될」일자리와 뉴질랜드 이민자들이「내던진」일자리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급여수준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번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위 3D업종에 취업하고 월급여로 20만원남짓을 받는다. 그런데 뉴질랜드 이민자들이 갖고 있던 직업은 거의 대부분 고임금 직종이다. 한예로 최근 1년새 5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뉴질랜드 이민을 떠나가 화제가 됐던 C투자금융은 대표적인 고임금 업체다. 지난 5월 이곳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향한 모차장은 연봉이 3천만원이상이었다.
한마디로 저임의 부가가치가 낮은 노동력은 모자란다고 수입하는 반면 고임의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력은 우리나라를 떠나가는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단기적으로 자국의 실업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점수제라는 독특한 이민정책으로 고학력자를 무더기로 수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저부가가치 업종의 아우성에 못이겨 질낮은 외국인 근로자를 수입하고 있다.
국민소득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저임근로자를 줄이고 고임근로자를 늘리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일이 거꾸로 벌어지고 있다. 저임근로자는 외국인까지 수입하면서 고임근로자는 지구 반대편으로까지 빠져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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