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철도파업의 경제사적 의미/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철도파업의 경제사적 의미/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6.25 00:00
0 0

 지금의 철도 파업은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기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가지 깊고 중대한 시대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을 놓고 시비를 가리거나 경제적 피해를 따지기에 앞서, 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놓고 왈가왈부하기에 앞서 이번 파업이 갖는 다른 성격,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모두 한번 생각해보는 일대 국가적인 각성이 있어야 할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적 각성 필요

파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현재 우리는 나라가 두동강난 이래 실로 5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려 하는 상황을 맞고 있고 얼마전까지, 어쩌면 이 순간에도 북핵으로 인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겪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 통일로의 일보 접근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온 국민이 마음을 졸이고 불안해하고 애를 태우고 안타까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시점이다. 월드컵에 쏠리고 있는 국민적 열기도 어찌 보면 전쟁과 굶주림의 가혹한 시련속에서 경제를 일구어내고 이제 세계무대에 당당히 나서서 선진국그룹으로 도약해 보려는 의지와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듯한 그런 상징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통일의 갈림길에서, 또 선진국진입과 후진국전락의 갈림길에서 온 국민이 갈등과 불안, 기대와 희망에 뒤범벅이 돼서 착잡한 심정으로 또 한번의 6·25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지금은 세계역사의 장이 바뀌는 중대한 전환기다. 내부갈등과 분열로 힘을 소모할 겨를이 없는 시기다. 소련 해체와 동구붕괴, 독일의 통일등 20세기의 낡은 체제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그야말로 세기말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다. 우리가 요즘 구한말의 어리석음을 새삼스레 통탄하는것도 시대적 변화의 조류를 외면했던 그때의 쇄국적 아집과 옹졸함, 내부분열이 1세기만에 지금 똑같이 재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남미형 좌절 우려

 경제적으로 본다면 이제 겨우 국민소득 1만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흔히 말하는 「마의 분수령」을 넘지 못해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우리가 지난 87년 노사분규가 봇물터지듯할 때부터 늘 말해 오던 남미형좌절에 부닥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노사불안과 사회불안, 정치불안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불안」은 인플레와 짝을 지을 경우 무쇠라도 녹여버릴 무서운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이 과거 남미의 교훈이었다. 87년부터 8년째,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도 아직 우리는 노사문제의 큰 고비를 넘지 못했고 인플레도 완전히 구조적으로 추방해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을 향해 쾌속 질주를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남미형 불안구조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로대와 운동권등의 가세로 심상찮은 연대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이번 파업은 자칫 조선사등 일부 대기업노조로 확산될 경우 남총련의 과격시위가 학생운동의 큰 분수령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발전사에 하나의 큰 분수령을 만들 것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나라」 「지렁이로 전락한 농」이라는 세계인의 비웃음 속에 선진국진입에 실패하고 도로 후진국으로 주저앉느냐, 「마의 분수령」을 넘어 선진국 문턱으로 들어서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더 루이스라는 경제사학자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너무나 험하고 아직 이 고개를 넘는데 성공한 선례가 없다해서 「마의 분수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남미국가들을 그 본보기로 들었다. 국민소득 겨우 7천달러 내외, 우리가 그때 남미국가들처럼 재연되는 노사불안과 인플레등 불안구조를 안고 이제 그 분수령앞에 서있는 것이다.

○「마의 분수령」 넘자

 파업당사자들은 그 파업을 통해 얻고자하는게 무엇인지, 그 파업으로 잃게 되는게 무엇인지를 당사자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역사적 안목으로 넓게 깊이있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철도파업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모두가 인질잡힌 문제이며 나라 발전에 관계되는 역사적의미를 갖는 사건이 돼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