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 근로자들에 대한 호소 6월 24일 현재 국민의 일상 대중교통 수단인 철도와 서울지하철이 파업으로 정상운행을 못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국민을 경시하고 파업을 너무 쉽게 무기화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동행정을 맡은 사람으로서 매우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으며, 소회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한다.
○아픈경험 되풀이안돼
우리는 특히 지난 7년간 상당한 비용을 치르면서 수많은 노사분규를 경험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우리의 노사관계는 종전의 「대립과 갈등」의 관계에서 「화합과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하여는 노·사·정 모두의 왜곡된 의식을 바꾸고 관련 법이나 관행도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우리는 지난해의 「현대분규」사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파업이라는 형태로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데 우리는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겪었다. 그러한 정면충돌로 인하여 노동계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노동계의 발전을 늦추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그러한 불행한 사태가 재현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순간에 다시 지난해와 같이 노사가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의 뼈아픈 경험과 좌절을 또한번 겪어야만 할 것인가?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 모두 냉철하게 다시한번 깊이 생각하여 반드시 수습방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파업에 이르게된 경위
철도노조의 조합원 가운데 기관사, 검수원등만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아닌 이른바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측에서 근로시간제 개선등을 요구해 왔다. 적법한 단체교섭권등에 문제가 있어 논란이 있었지만 철도청에서는 철도의 누적되는 대규모 적자등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한껏 성의를 보여 6·18 처우개선책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전기협」측에서 불만을 나타냄에 따라 노동부에서는 6·22 「전기협」간부를 지부장 자격으로 교섭대표에 포함하고, 근로시간제등에 관해 추가협상을 해나가는 방안을 제시하는등 마지막 순간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한편, 서울지하철은 임금인상안 등에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측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지하철의 파업은 시민의 발을 묶게되어 많은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게되므로 법은 지하철을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공익보호를 위해 중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6·21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노조측이 6·22 직권중재 회부결정을 철회하고 기본급 3%라는 공기업 임금인상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함에 따라 노동부에서는 노사자율 교섭에 의한 타결을 기대하면서 중재재정을 미루도록 중노위에 권고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기본급 3% 인상기준은 공기업 전체에 해당되므로 이를 철회할 수는 없으나 6·23 협상에서는 실질적으로 7.9%에 해당하는 인상안이 제시되었으므로 노사가 성실하게 협상해 나간다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다만, 현행법의 한계때문에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법외노동단체의 관련 인사들과 충분한 대화를 못한 것이 아쉽게 생각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에서 왜 갑자기 6·23 새벽에 「전기협」의 일부 간부를 격리하여 파업을 촉발했느냐고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공무원 신분임에도 그간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를 한데 대하여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으며, 격리에 따른 충돌과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날짜를 잡은 것이다. 노조측이든지 사용자측이든지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우리는 각 사업장 근로자들이 임금등 근로조건의 개선이라는 노사교섭의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다른 목적을 위한 연대투쟁을 하는 측면도 있음을 생생히 보고 있다. 「전노대」측이 생각하는 연쇄파업 전략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갈 것이다.
○차분하게 문제풀어야
지난 30여년간의 귄위주의시대를 청산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대다수 국민의 지지속에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극한 대결을 하는 상황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인가? 멀리, 크게, 그리고 앞을 보면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제해결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정상운행에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그렇게 될때 우리 노동분야는 한단계 더 발전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근로자들의 현명한 결단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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