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협 처우보다 대표권에 주력”/“˝전로대도 제제노총 설립에 이용”/재야선 “정부서 파업유도… 저의 의심” 주장 전국적인 연대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는 철도와 지하철 파업사태를 정부가 재야 노동계의 「정치투쟁」의 일환으로 파악, 강경대응자세를 굳히고 있어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덕국무총리는 24일 대국민담화문에서 전기협과 지하철노조의 연대파업을 『국법질서에 정면도전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규정, 『정부는 어떠한 불법에도 타협하지 않고 엄정히 법으로 다스려 나가겠다』고 강경대응자세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재야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로대)가 올해 노동법 개정과 내년 제2 노총 설립이라는 양대 목표달성을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근로조건개선 임금인상 권익증진」 등의 투쟁목표는 전노대 차원의 정치투쟁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그 근거로 우선 서울지하철의 경우 지난 23일밤까지 열린 모두 11차례의 협상에서 공사측의 상당한 양보에도 불구, 노조측이 타협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특히 막바지 협상과정에서까지 노조측이 수정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기협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교통부와 노동부측은 보고 있다. 전기협은 변형근로제 철폐등의 요구조건을 내걸었으나 실제 목표는 기존 철도노조를 대신해 대표권을 인정받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당국자들은 철도청의 처우개선안이 즉각 거부됐던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측은 전기협에 대한 전노대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노대의 적극지원 및 연대투쟁 선언이 전기협의 강경투쟁을 고무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지난 23일 새벽 서둘러 공권력을 투입한 결정적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기협의 불법쟁의 움직임에 대해 조기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전노대 산하 대기업노조들의 연대파업으로 사태가 걷잡을수 없이 번져갈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치안당국은 이와 함께 23일 지하철노조 총회와 협상장소에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하고 일부 대학에서 시위가 일어나는등 노·학연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정치투쟁」의 조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노대를 비롯한 재야 노동계는 정부의 이같은 시각과 강경대응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와 지하철이 동시 파업하고 전국적인 연대파업이 일어날 경우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들고 공권력의 강경대응만을 초래, 오히려 그동안 축적해 온 재야 노동계의 역량이 일시에 붕괴되는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노대등은 오히려 『철도 노동자의 당연한 요구에 정부가 무모하게 공권력을 사용, 파업을 초래했고 연쇄적으로 지하철파업을 유발했을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부측이 현사태를 강경대치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강경자세에 맞서 재야 노동계가 당초 의도와 무관하게 실제 「정치투쟁」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여론동향과 정부의 강경자세 등을 고려해 개별적인 임금투쟁차원에 머물지에 따라 유례없는 대기업노조의 연대파업이란 「파국」을 막으려는 정부의 강공전략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하겠다.【이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