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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44주/박찬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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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44주/박찬식(메아리)

입력
199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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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남북전쟁의 개전을 결정한 사람은 링컨이지만 그는 그 전쟁이 어떤 모양으로 전개돼서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기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1861년부터 4년동안 계속된 이 전쟁에서 군인만 62만명이 죽었다. 남북을 합쳐 동원된 병력이 모두 2백30만명이니 군인 4명중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전쟁을 위해 이렇게 많은 병사가 희생된 것이다.

 북군의 승리는 연방정부의 정통성을 흔들릴 수 없는 신앙으로 미국인의 가슴속에 자리잡게 했고, 내전의 극복을 통해 단결된 힘은 오늘 세계를 제패하는 강력한 미합중국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그것은 행운이었다. 개전당시 남부연합은 오히려 북쪽의 연방정부보다 단단하게 단결돼 있었고 남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어느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만일 끝없는 전투에 양쪽이 모두 지쳐서 휴전으로 이 전쟁이 끝났다면 미국은 두쪽이나 아니면 4∼5조각으로 갈라져 북미대륙이 유럽과 같은 형태가 됐을지 모른다. 그것은 전쟁을 하지않고 처음부터 남부연합의 독립을 인정해 주는 것보다 못한 결과다. 공연히 싸움을 벌여 막대한 인명과 재산을 파괴했을 뿐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링컨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4년동안을 내전으로 보내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암살된 불운한 대통령이다. 암살을 모면하고 살아났더라도 그의 정치적 생애는 불행했을 것이다. 남부연합 11개주가 모두 연방정부로 복귀하기까지는 전쟁이 끝나고서도 10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만일 대통령선거에 나오지 않았다면 미국인은 국론분열과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당연히 암살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전쟁을 결정했지만 전쟁의 과정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개인의 능력밖의 일이었다. 전쟁의 비극성과 범죄성은 이처럼 그 전개과정과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고,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돼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언제나 한 개인이 결정한다는데 있다.

 44년전 오늘 한국전쟁을 개전한 것은 김일성이지만, 그 행위의 범죄성은 개인의 수습능력으로는 감당할수 없는 일을 저지른 무책임성 뿐 아니라 국제정세를 오판하고 전쟁의 결과를 잘못 예측했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영백과사전은 이 전쟁으로 죽은 사람의 수를 추계 5백만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김일성 한사람의 무모한 정치적 야심과 오판이 이렇게 많은 인명을 빼앗고 한국인의 심성을 황폐하게 한 것이다. 그러고도 그는 아직 살아남아 북한 「인민」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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