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이란 말은 빛이 바랬으나, 한동안 상당한 관심거리이자 연구대상이었다. 독일의 군중심리학자 엘리아스 카에티는 군중의 속성으로 다음 몇 가지를 꼽았다. 우선 성장지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세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밀집상태를 좋아한다. 군중의 밀도가 높으면 그 만큼 구성원의 안도감이 커진다. ◆다음으로 군중의 내부엔 평등이 지배한다. 계급 신분 재산등의 차이를 없애고 서로가 같다는 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군중은 하나의 방향을 필요로 하고 결의와 목표가 있다. 군중은 또한 동적이다. 목표를 향해 파도처럼 움직이려는 집단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군중심리학자들은 불이 하나의 군중상징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개념대로라면 군중은 경기장에도 있고 시장에도 등장한다. 이곳엔 공동의 흥분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중이나 군중심리가 요즘엔 또다른 형태로 시위나 농성장에 나타난다. 시위나 농성은 외부의 가세를 바란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세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성자들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하늘을 향해 주먹과 팔을 휘둘러 밀집상태의 위력을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나 흩어지면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요즘 시위학생이나 파업근로자들이 전 시대적인 군중심리에 너무 집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적인 것은 좋으나 흥분을 자극하는 행태는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과격성만 있고 논리성이 없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자세가 이젠 군중심리를 제어하고 자기자리를 찾을 때가 되었다. 감정으로 행동하면 그 피해와 고통이 반드시 남에게 미친다. 시위학생·농성근로자들은 먼저 머리와 가슴을 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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