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일무소유」히트이후 스타덤에/김치·된장국 선호… “한구축구 응원” 「라오추이」는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의 대 볼리비아전을 가슴 졸이며 TV를 관전했다. 라오추이(노건)는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중국 최고의 록 싱어인 최건(32)의 애칭.
그는 자신이 조선족임을 구태여 내세우진 않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팀이 다른 나라를 격파한 날에는 너무 기뻐 평소 마시지 않는 술을 남동생과 함께 건배하곤 한다』고 말해 피가 물보다 진함을 고백했다.
최건은 24세 때인 지난 86년 자신이 작사·작곡한 「일무소유(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를 「1백명 전국가수 공연회」에서 발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래 「눈 위에서 멋대로 뒨굴게 놔두어라」등 10여개의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아 중국 최고의 록스타로 부동의 지위를 굳혔다. 중국 록음악의 효시로 평가되는 「일무소유」로 당시 중국인들을 놀라게 한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해외공연에 나서 중국에 록음악이 있는지조차 감감했던 외국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미·영·불·일·스위스등 공연하는 곳마다 그는 『독특한 매력의 중국풍이 가미된 뛰어난 록스타』라는 찬사를 받았다. 92·93년 도쿄공연 때는 5만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어 열광했다. 최근 일본 NHK방송은 그를 소개하는 2시간짜리 특집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중국에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가는 시중에 유통되는 그의 음악 테이프 중 80% 가량이 해적판이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4월 산동성의 한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야외 콘서트에서는 3만여명의 팬들이 몰려 장내정리를 위해 2천명의 경찰이 동원됐을 정도다.
그의 가사는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 젊은이들의 반항적이고 억눌린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가 북경보다 지방공연을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키 174의 그는 자기보다 더 큰 서양여자와 살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코스모폴리턴이지만 김치와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매일같이 아파트 위층의 부모집을 찾는 배달의 한 핏줄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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