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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누구도 못세운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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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누구도 못세운다(사설)

입력
199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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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서울·부산의 지하철등 전국 철도망에 큰 일이 벌어졌다. 27일 상오4시를 기해 총파업을 결의해 놓고 농성투쟁중이던 전국14 시·도의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 농성장에 공권력이 일제히 투입돼 전기협소속 기관사 6백여명을 연행했다. 또 많은 기관사들이 출근을 하지 않았고 집단연행에 항의, 승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서울역에서 이날 상오중에 출발할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1백22개중 27개만이 운행(운행률 22.1%)됐고 전국적으로는 여객열차운행이 11.2%에 불과해 전국의 수송대동맥이 사실상 총파업에 돌입한 꼴이 됐다.

 전국지하철노조협의체인 전지협의 통제하에 들어간 서울과 부산 지하철도 이날 상오4시부터 노사투쟁의 방편과 전기협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해 규정준수운행(준법운행)을 강행해 평소보다 2∼3배나 걸리는 지연운행을 했다.

 이때문에 수도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대도시에 교통대란이 야기돼 출근하는 시민들이 애를 먹었고 지각사태가 났다.

 북핵위기가 아직도 말끔히 가시지 않아 국민들의 마음이 들떠있는 이때, 철도와 지하철까지 덩달아 난리를 피우면 어쩌자는 것인가. 통탄만으로 그칠 일이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법적 노조가 엄연히 있는데도 임의단체인 전기협이 앞에 나서 현실적으로 수용키 어려운 협상조건을 내걸고 관철되지 않으면 철도운행을 중단하는 총파업을 결의해 놓은채 극한투쟁을 벌인다면 정부 또한 극한 대응밖에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공권력이 투입돼 유례없는 무더기 연행을 하는 극한대응에 정당성을 전기협 스스로가 부여했다고 한들 무슨 변명이 있을 수 있겠는가.

 전지협의 규정준수운행도 그렇다. 수송한계를 넘어선 서울과 부산 지하철이 규정대로만 운행되지 않는 것은 우리도 잘안다. 그러나 그것은 꼭집어 준법운행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탄력적인 운행이랄 수 있다. 그것은 또 지하철공사의 이해득실만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시민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반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노사싸움의 방편으로 써먹기 위해 규정대로만 운행하겠다면 그것은 말이 안된다. 지연운행에 따른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싸움은 어디까지나 노동법의 테두리안에서 하는 것이 옳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노사싸움의 볼모로 이용된다면 시민들은 결코 동의할 리가 없다는 것을 전지협은 알아야 한다.

 전기협이 철도총파업을 선언했고 전지협도 지하철총파업을 앞당긴다는 극한적인 움직임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비상수송체제를 철저히 갖춰 국민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비굴한 타협으로 양보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도 다소의 불편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의 수송대동맥인 철도와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툭하면 볼모로 잡는 노사투쟁은 결코 안된다는 결연한 결의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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