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들에게 10원을 깎느라고 목청을 돋우던 한국관광객들이 속절없이 바가지를 쓰게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의학관광의 유혹에 빠지면 약 좋아하고 정력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미화 1백불(중국돈 8백45원정도)짜리를 몇장씩 뽑아들게 된다. 서안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관광중에 한시간쯤 여유가 생기자 가이드는 『공군병원에 들러 요즘 유행하는 의학관광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병원 별관에는 30∼4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이 여러개 있었다. 우리 일행이 한 방에 자리잡자 흰 가운을 입은 50대 남자가 들어와 『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더니 우선 몇가지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문을 열자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처럼 두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은 2백20볼트의 전압이 흐르는 전기코드를 손으로 잡아 36볼트로 낮춘다는 묘기를 보인후 우리에게 서로 손을 잡아 줄을 이으라고 말했다. 그가 맨앞에 앉은 사람의 손을 잡자 줄을 이은 사람들의 몸으로 전류가 흘러갔다. 『이것이 전기기공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에 들어온 남자는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람인데, 누구든지 앞에 나와 자신의 몸에서 아픈 부위를 종이에 적으면 알아 맞히겠다고 장담했다. 한 희망자가 아픈 부위를 적은 종이를 꼭꼭 접어 탁자위에 던졌다. 그「도사」는 잠시 그의 맥을 보더니 종이에 쓴 다리(각)와 허리(요)를 정확하게 맞히고 퇴장했다.
다음에는 여러명의 여자들이 들어와 11가지 약의 효능을 설명한 한글안내서를 재빨리 돌렸다. 눈·귀·피부·정력등에 좋다는 약들이 줄줄이 적혀있었다. 『이곳은 군병원이므로 좋은 약만 쓴다. 중국의 높은 사람들은 다 이런 약을 쓰고 있다』고 그들은 선전했다.
약값은 미화 1백불 내외로 매우 비쌌지만, 이미 전기기공과 초능력시범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너도나도 지갑을 꺼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서로서로 일깨워 별로 약을 사지 않았지만, 의학관광은 한국인들이 바가지 쓰기에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다른 도시에서도 의학관광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유명한 병원이나 제약회사들이 차린 의학관광의 주공격 목표는 한국관광객이다. 그들은 한글로 된 선전문을 뿌리면서 『한국노인들이 한두달 머무르며 관광도 하고 치료도 할 수 있는 시설을 한국과 합자로 세우고 싶으니 투자자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의학관광은 재주부리는 곰을 데리고 시골장터를 찾아다녔다는 옛날 중국 약장수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인들은 곰의 재주에 홀리지않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갑을 꼭 붙든채 의학관광을 해야 한다. 그약들은 진짜일지라도 너무비싸다.<중국서안에서·편집위원>중국서안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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