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첨단공단 건설클라크/자유무역항구 개발수비크/“면세 등 각종 혜택” 외국기업 유치에 행보 빨라져 군사기지가 경제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비크만, 클라크, 존헤이, 포로포인트. 필리핀에 있는 과거 미군기지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이곳들을 찾으면「상전벽해」를 실감할 수 있다. 필리핀은 92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시설들을 경제중흥을 위한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수비크만은 자유무역항으로, 클라크는 국제공항으로, 존헤이―포로포인트는 관광시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투자유치를 위해 수비크만과 클라크 지역은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총소득중 5%의 기업세만 내면 여타의 각종 세금은 면제되는등 특혜가 주어진다.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80쯤 가면 미해군기지였던 수비크만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심이 깊고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아 천혜의 항구로 알려진 곳이다. 요즘 수비크만관리청장의 집무실은 여러 나라 사람들로 하루종일 붐빈다. 국내외의 기업가·관료·기자들이 찾아와 수비크만의 투자환경등을 탐색하고 있다.
92년 11월24일 미7함대가 수비크만을 완전 철수할 당시 민족주의자들은『미제국주의자들을 몰아냈다』고 환호했으나 인근 올롱가포시 주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미군철수와 함께 4만2천여명이 실직했고 인근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 1년반이 흐른 지금 수비크만은 미국을 비롯, 각국 자본들이 서서히 몰려오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리처드 고든 수비크만관리청장은『지난 3월말까지 국내외 54개 기업들이 3억8천여만달러의 투자계획에 서명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를 주문했다. 이미 대만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시아 독일 캐나다 홍콩 일본 기업들이 투자계획에 서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투자가능성을 탐색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에 서명하지는 않았다.
필리핀이 수비크만을 국제무역항으로 적극 개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곳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수비크만에는 80여개의 창고, 사무실과 집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6백개의 건물, 1천9백개의 미국식 방갈로, 보잉747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큐비 포인트 비행장, 충분한 전력 상하수 석유저장 항만 통신 시설등이 있다.
이밖에도 골프장등 각종 위락시설뿐만 아니라 병원 교육시설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모두 80억달러에 상당하는 시설이다. 또 영어를 잘하는 숙련된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 공군기지였던 클라크 지역도 새 모습으로 단장되고 있다. 클라크 지역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80여, 수비크만에서 북동쪽으로 70여 떨어져 있어서 입지상으로 유리하다. 필리핀정부는 1천6백20㏊는 국제공항으로 개발하고 1천20㏊는 공단을 조성해 주로 첨단산업과 전자산업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말 라모스대통령은 97년까지 클라크에 대규모의 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에 서명했다. 지난 해말 6개 기업이 공항건설을 위해 20억 페소(7천4백억달러) 규모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등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이 지역이 지난 91년 피나투보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뒤덮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임이 분명하다.
빅토르 림기지전환개발청장은 『수비크만과 클라크지역 개발은 필리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마닐라와 이들 두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수비크만=김광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