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옛 북한노동당사서「평화를 위한 음악회」/가요·성악 등 한맺힌 분단산하 적셔/5,000여청중 매료… 울먹이며 합창/KBS 26일 방영 분단이후 처음으로 민통선 안에서 남북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KBS가 6·25특집으로 마련한 「평화를 위한 음악회」가 23일 하오8시부터 2시간동안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옛 북한노동당사 앞에서 열려 5천여명의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어둑해지기 시작한 노동당사앞 특별가설 무대. 1백여명의 내외신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와 노동당사를 가린 커다란 흰 천이 청중들을 압도한 가운데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에밀레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이어 육군 청성부대 의장대의 트럼펫소리와 MC 송지헌 정은아씨의 오프닝 멘트로 음악회가 막을 올리자 가수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이 44년 동안 포성과 남북한간의 대북·대남방송밖에 듣지 못한 대지를 적셨다. 이선희의 노래는 분단의 장벽을 넘어 북녘땅 구석구석에 메아리치는듯 했다.
『여기는 6·25당시 치열한 격전지 철의 삼각지 안에 있는 옛 북한노동당사 앞입니다… 남과 북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 이 아픈 자리에서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음악회가 이제 곧 열리겠습니다』
테너 박인수씨와 김원경씨가 각각 「향수」와 「비목」을, 소프라노 이규도씨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자 임시로 가설된 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식과 감탄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분단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간단없이 추구해온 「평화」, 하루빨리 다가서야할 「통일」. 이번 음악회의 3대 주제를 성악가들이 한꺼번에 아우른 것이다.
전방의 밤은 점점 깊어가고 귀순가수 김용을 비롯해 현철 김수희 소리새 신효범 박정운등 국내 유명가수들의 열창은 계속됐다. 김용은 『이 공연을 북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보았다면 얼마가 좋았을까,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길 기도한다』고 울먹였다.
테너 조영수씨의 「고향생각」과 가수 조영남의 「삼팔선의 봄」에 이어 소프라노 강미라씨의 「귀향의 날」 「남과 북」, 그리고 전출연자가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중들의 마음을 흔들 무렵 무대뒤 흰 천이 소리없이 흘러내리며 흉물스런 노동당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베일을 걷은데 대한 놀람이 아니라 분단 현실에 대한 극명한 안타까움이 청중들을 사로잡는 순간이었다.
부인과 함께 관람한 박규성씨(62·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은 이곳에서 열린 음악회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절대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회를 끝까지 지켜봤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고향의 봄」을 전출연자와 청중들이 합창하는 것으로 「평화를 위한 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휘황한 조명과 음향기기의 소리가 꺼졌지만 청중들은 어두워진 객석을 떠날줄 모르고 아쉬운 한숨을 몰아쉬었다.
연출을 맡은 이문태PD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간절하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앞으로 통일전망대나 판문점등에서 민족의 염원을 담은 이런 음악회를 계속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악회 실황은 26일 하오7시 KBS 1TV 열린음악회 시간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철원=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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