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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볼모 더이상 안된다”/산업동맥 마비… 경제 큰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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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볼모 더이상 안된다”/산업동맥 마비… 경제 큰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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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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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 파행 각계반응/감정적 대립 문제 대화로 풀어야/당국도 책임 인내갖고 협상필요 철도파업이 앞당겨지고 지하철까지 전면파업을 선언하자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국민의 분노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특히 출퇴근 교통전쟁에 지친 대도시 시민들은 『개인의 이익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국가의 대동맥을 마비시키는 불법파업이 묵과돼서는 안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준수씨(36·사업·경기 평촌신도시 부영아파트)=노조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고 시민생활을 볼모로 해서는 안된다. 일부 노조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전체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왜 항상 파업의 피해자가 시민이어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희수씨(40·회사원)=시민의 발을 묶어서라도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전기협의 태도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국가경제마비」라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철도파업을 미리 막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양측은 이제라도 강경방침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서경석경실련사무총장=사태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감정적 대립이 가장 큰 문제다. 철도근로자들의 불법파업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성숙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장철희한국관광협회회장=올 한국방문의 해에 이같은 불상사가 발생해 유감이다. 북핵문제로 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줄었는데 철도 지하철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관광산업은 밑바닥 수준이 될 전망이다. 철도여행은 특히 관광상품으로 많이 나와있어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것이다. 

 ▲박용도대한무역진흥공사 사장=철도가 마비되고 교통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운행이 23일부터 전면중단되면 여론이 악화돼 설사 노조측의 요구가 정당하더라도 시민들이 노조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파업으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노조측의 자제가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철도청이나 지하철공사도 전향적인 협상자세를 보여야 한다.     

 ▲김성수씨(40·공무원)=양측이 좀더 협상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좀더 성의있는 협상태도를 보여야 한다. 양측이 힘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북핵문제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선연규·박천호기자】

◎수출입화물 발묶여 “비상”/기관사파업 교통난 전국표정/수산업자들도 운송트럭 구하려 동분서주

 기관사들의 갑작스런 파업으로 전국의 역은 이를 미처 모른 채 나온 승객들의 분노로 가득했다. 일정을 취소하는등 계획에 차질을 빚은 승객들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노조와 정부측을 싸잡아 비난하며 역측에 거칠게 항의했다.

 하루 1백22편을 운행하던 서울역은 열차수를 부산행 무궁화호등 27편으로 대폭감축, 평상시 7만여명에 달하던 승객이 1만5천명선으로 줄었다. 서울역측은 역입구등에 열차감축운행 안내문을 붙이고 다른 교통수단 이용을 유도했다.

 파업소식을 모르고 열차출발예정시간에 맞춰 역에 나온 시민들에게 환불을 하느라 역대합실이 북새통을 이루자 역측은 20개 전창구에서 환불을 했다.

 경춘선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경원선등 평소 30편의 열차가 운행되는 청량리역은 경춘선이 전면중단됐고 나머지 노선도 왕복 12편만이 운행됐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하오부터 평소 절반이상이 비던 대구이남 경부선 장거리 노선의 좌석이 매진돼 승객들이 1시간 30분 이상 기다리는등 불편을 겪었다. 터미널측은 철도파업이 장기화되고 주말이 되면 이용승객수가 급격히 증가, 극도의 혼잡을 빚을 것으로 보고 예매 현황에 맞춰 경부선의 경우 임시차 3백대를 준비해 놓고 있다.

 4백47편이 운행되다 17편만 운행된 부산역에는 표를 예매했던 시민들이 몰려나와 열차운행중단에 거세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하는등 큰 혼잡을 빚었다. 또 구포―해운대를 연결하는 도심 통근열차 3편의 운행이 전면 중단돼 출퇴근 시민들이 택시와 버스를 이용하느라 큰 혼란이 야기됐다.

 지하철도 노조의 준법운행으로 각 역마다 평소보다 10∼15분씩 지연돼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수출입화물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진역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수송열차는 1일 32편이나 파업사태로 완전마비돼 이날 하루 수출입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1천6백여개가 수송되지 못했다.

 이밖에 울산 장생포역과 온산역을 기점으로 한 유류수송열차 27편과 철제 무연탄등을 취급하는 각종 화물열차들도 제시간에 수송을 못했다.

 광주역에는 평소의 절반수준인 2천여명이 열차를 이용하려 했으나 8백여명만이 열차를 탔다.

 여수·여천화학공단을 끼고있는 순천역은 하루평균 92편의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으나 이날 불과 4편만 운행돼 호남정유, 남해화학등은 제품을 운반하지 못했다. 하루평균 1개70량(8천5백㎘)의 정유 완제품을 공급하는 호남정유 여천공장은 이날 30량(1천5백㎘)만 수송했다.

 여수역에서는 하루 평균 7백여상자(20㎏들이)의 어물을 광주·이리등지로 수송해왔으나 수송편이 끊기자 수산업자들은 급히 화물트럭을 수소문, 각 지역으로 수산물을 보내느라 큰 법석을 치렀다.

 대구·경북지역도 주요 역마다 항의·환불 소동과 함께 공항 고속버스터미널등에 평소보다 30∼40% 많은 승객들이 몰렸다.

 하루 1백78편이 운행되는 동대구역은 정기열차의 운행을 전면중단하고 무궁화호 28편등 모두 44편을 비상운행했다.

 갑작스런 열차운행 중단으로 동대구역 인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승객들이 크게 몰려 평소 50%정도였던 승차율이 대부분 1백%를 넘어섰다. 또 대구공항의 전 항공권이 매진됐다.

 대전은 통과 여객열차가 평상시 2백69편의 28.3%인 76편만 운행됐다. 그나마 지연운행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여객열차는 무궁화호가 1백편중 44편, 통일호 64편중 2편, 비둘기호 41편중 30편만이 운행됐다. 이에따라 배차시간이 평소 15분에서 1시간으로 크게 늘어난데다 지연운행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전역측은 평소 1개뿐이던 환불창구를 4개로 늘렸으며 이날 상오에만 창구별로 평소의 10배가 넘는 2백장가량의 차표가 환불됐다.【전국국】

◎철도파업 하루 경제손실 5백억

 국가경제의 대동맥인 철도 파업에 따른 화물·여객수송의 차질로 우리경제는 얼마 만큼의 타격을 받게될까.

 철도청은 전면파업이 이루어질 경우 퇴직기관사나 군복무자등 가능한 요원들을 모두 동원한다하더라도 현재 철도운행량의 19%만이 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운행중인 열차는 새마을호를 비롯한 여객열차 총 1천5백19회, 화물열차 5백43회등 하루 총 2천62회가 운영되고있지만 전면파업에 들어가면 여객 3백78회, 화물 22회등 총 4백회만이 운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철도수송량도 평시 여객 1백68만4천명, 화물 17만2천톤에서 여객36만2천명, 화물 8천톤으로 대폭 줄어들고 총 수입도 평소 하루 34억1천7백만원에서 하루 28억2천4백만원이 감소한다는게 철도청의 분석이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화물수송은 하루 석탄 3만3천톤, 시멘트 6만3천톤, 광석 1만2천톤의 수송이 전면 중단되고 유류는 1만7천톤중 3천톤, 컨테이너는 1만2천톤중 5천톤만이 수송이 가능하게된다.

 직접피해보다 간접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철도직원 2천명이 파업을 할 경우 1일 1인당 노동가치를 10만원으로 잡으면 하루 2억원의 손실이나고 파업에 따라 승객들을 제시간에 수송하지 못해 잃는 노동가치도 1시간당 37억5천만원으로 이들이 파업으로 하루(8시간기준)를 까먹는다면 손실이 3백억원에 달한다.

 특히 화물수송은 수출입과 큰 관련을 가지고있는데 한국무역협회는 컨테이너를 실어나를 수 없어 하루 2백억원 (2천5백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수치화가 가능한 것들 외에도 철도파업으로 일반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심화되어 산업에 역기능을 초래하는등 보이지 않는 피해를 모두 합산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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