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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자료의 악용(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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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자료의 악용(사설)

입력
199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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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과 같은 고도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야말로 온갖 힘의 원천이요, 가장 환금성이 높은 고급상품이 된다.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무방비로 노출·침해되는가 하면 온갖 목적으로 악용된다. 검찰이 어제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행정전산자료유출사범 19명을 무더기 적발한 것은 이미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조직적 정보누출과 정보장사 성행으로 인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면서 근원적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이번 범행의 규모는 너무나 어마어마하다. 현재까지 유출이 확인된 것만도 국세청의 88년 소득세과세자료 1백10만건, 92년 BC카드가입자 신상명세 50만건,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91·92년 연금가입자자료 22만건등 모두 2백92만건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정부나 공공단체의 공무원이나 관련 직원들이 이런 소중한 개인정보 자료를 돈을 받고 전문정보업체들에 팔아 먹었고, 업체들은 그런 자료를 또 자동차업·건설업·백화점등에 비싼 값으로 공공연히 거래해 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직자나 관련장사꾼들의 직무유기·정보누설·수회및 전산자료유출범법도 문제이려니와 공공연히 침해당한 개인적 존엄성과 사생활의 무방비 노출이야말로 정보화사회의 일대 위기임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마다 집앞에 수북이 쌓이는 온갖 선전물들이 바로 이같은 불법유출정보를 이용한 것임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적발된 덕성기획의 경우 행정공무원·입법기관인사·법조인·언론인·교육계인사·의료계인사·여성 종교계인사를 비롯해 전국세대주 및 자가용소지자명단등 2천만명이상의 개인정보를 수록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개인정보의 종류도 온갖 부문이 망라되어 있다. 학력·재산·아파트평수·자동차 종류는 물론이고 월수입과 자녀 신상까지 노출되기에 이르러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가 하면 상품판촉과 선거때는 물론이고 마담뚜가 써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런 사실은 이런 사생활침해 및 개인정보악용의 근절책이 없다는 점이다.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확정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행정전산망등 공공기관의 개인정보자료 관리가 너무나 허술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정보장사를 할 수 있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번 적발을 계기로 개인 정보악용에 대한 처벌 및 정보관리강화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겠다. 개인정보의 엄격한 보호없이 인간의 존엄성은 결코 유지될 수가 없기에 국민들도 사생활지키기에 발벗고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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