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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만 희생/이준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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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만 희생/이준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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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는 멈춰서고 지하철은 늑장운행을 한 23일 출근길 시민들은 조바심을 치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야 했다. 상오11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 출근한 회사원들은 파김치가 돼 일손을 잡기 힘들었다. 철도·지하철의 동시파행운행은 시민들의 생활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이었다. 파업근로자들이나 정부당국자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것이었다. 공권력 투입과 전면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뒤 노조와 정부 양측은 경쟁적으로 담화와 성명을 쏟아냈다. 물론 국민들에게 『내 탓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이다. 철도청과 노동부는 그동안 얼마나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는가를 장황하게 설명한 뒤 『공권력 투입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기협과 전노대도 『철도가 운행중단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뒤 『연대파업을 통한 전면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식의 설명이나 호소가 국민들의 울화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지금 따지는 것에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다만 기차를 움직이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노사 양측이 저마다 할 일을 제대로 해서 국민들이 불편없이 타고 다닐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노사분규가 터져 애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볼 때마다 흔히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근로자측을 나무란다. 그러나 이날 교통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연례행사처럼 된 「시민의 발」의 파업소동과 정부의 강경대응에 국민들은 오직 피곤하고 한심할 뿐이다.

 노사와 정부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는 철도와 지하철의 진짜 주인은 국민들임을 알아야 한다. 주인의 불편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용된 이들끼리 「극한투쟁」과 「강경대응」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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