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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해」가정연극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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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해」가정연극 “만발”

입력
199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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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조건」「러브 차일드」「결혼…」등 8편/부부갈등·모녀의 사랑등 다뤄가정 이야기를 다룬 연극들이 많이 공연되고 있다. 올해가 「세계 가정의 해」이기 때문에 공연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사회의 관심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는 반증으로도 보인다. 신혼부부 혹은 중년부부의 갈등, 모녀 혹은 모자간의 이야기, 아버지와 여성문제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퍽 다양하다.

 민중극단이 20일부터 26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이혼의 조건」(윤대성 연출)은 중년부부의 이혼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현실에 대해 불만으로 가득차 삶의 의미마저 잃어 버린 채 25년동안 함께 살아 온 한 부부. 이들에게 이혼이라는 탈출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내와 자녀에게 본능적인 거리감을 갖고 있는 남편(정현)은 어느날 30대의 재일교포 출신모델 유미(박해미)를 만난다. 많은 남자들을 스쳐지나며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진 유미와 남편은 쉽게 사랑의 유희에 빠져 든다. 오랫동안 이혼을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는 아내(성병숙)는 남편의 어깨에서 발견한 여자의 이빨자국을 보며 결국 이혼을 실행으로 옮긴다.

 현실속에서 상처를 치유할 수도 없지만, 또한 그대로 갇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탈출하는 것이다. 단순한 줄거리 같지만 중년층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이다. 조용히 응시하며 연민의 눈길을 보내는 처리도 볼만하다.

 극단 산울림이 해외 명작시리즈 첫편으로 준비한 호주연극 「러브 차일드」(23일∼8월28일·산울림 소극장)는 25년만에 재회한 모녀의 이야기이다. 조안 머레이 스미스 원작을 채윤일이 연출한 이 연극은 자식을 버린 어머니와 딸 사이의 증오와 갈등, 사랑의 감정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인기탤런트인 어머니 안나(이승옥)는 방송편집자로서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살아가는 딸(박근숙)과 감격적인 해후를 하지만 서로의 응어리진 상처가 깊기만 하다. 『왜 나를 버렸느냐』는 딸의 질책, 두려움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 온 어머니의 고백 등에서 갈등과 증오의 감정이 확인되지만 모녀간의 알 수 없는 사랑이 두사람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한다.

 또 뮤지컬 프로덕션(17일∼7월31일·미도파 메트로홀)의 뮤지컬 「결혼일기」(오은희 작·최종혁 작곡·박종선 연출)는 사랑의 재확인을 통해 가정의 가치를 찾아가는 젊은 부부의 생활을 희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적 권위를 되짚어 보는 우리극장의 「아버지를 바꿉시다」(7일∼7월5일·마당세실극장), 방황하는 중년부인의 모습을 담은 「셜리 발렌타인」(21일∼8월31일·실험극장), 여성적 삶의 유희방식을 조명한 76단의 「PLAY」(24일∼7월24일·혜화동1번지) 등 8편의 가정연극이 여름을 앞둔 연극계를 장식하고 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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