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가의 「카터공방」/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가의 「카터공방」/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6.23 00:00
0 0

 카터전미국대통령이 「매파」 노릇을 한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예비접촉실현으로까지 쾌속질주, 국민들의 기대감과 경계심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에는 때아닌 「카터공방」이 벌어졌다. 발단은 김종필민자당대표가 21일 당원모임에서 카터전대통령을 겨냥, 『순진한 사람이 북한을 한번 다녀오더니 여러가지로 속은 것같다』며 『김일성이 합리적이고 정직하며 국민신뢰를 받고 있다는 발언까지 하고있어 그저 놀라울뿐』이라고 비판한데서 비롯됐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한걸음 더나아가 『김일성이 월남패망직후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한 카터를 불러들여 핵제재 국면을 모면키위한 시간벌기작전을 펴고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러자 민주당은 22일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으로 전쟁위기를 벗어나고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그가 중재한 남북정상회담을 흔쾌히 수용,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이때 민자당지도부가 웬 시대착오적인 언행을 늘어놓느냐』며 즉각적으로 공박했다. 민주당은 또 『도대체 그분들은 전쟁을 통해서만 북핵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냐』고 가시를 돋궜다.

 남북한당국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물살을 타고있는 정상회담 추진과정의 뒷전에서 벌어진 이같은 광경은 요즘 정치권의 부정적 단면을 희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김대표등은 『정부에 대북접근의 신중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라고 피해나갈수 있을 것이고 야당은 『여당내의 일부 극우적 주장을 경계한 것』이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다소 성급하다 할 정도로 남북정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북한에 이용당한 카터 말에 정부가 놀아나고 있다」는 식의 일방적인 주장을 공개리에 편 것은 엉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카터방북 일순간에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소했다」는 식의 민주당의 논리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습당하듯 부각된 남북정상회담추진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본질을 벗어난 「카터콤플렉스」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게 오늘의 정치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