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국문화의 양면성/백우영(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국문화의 양면성/백우영(메아리)

입력
1994.06.23 00:00
0 0

 이 세상에서 미국이 없으면 아무 재미가 없으리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 인간용광로인 복합사회의 복잡다기한 생활과 현란한 문화, 자본주의의 공평한 기회와 온갖 변화, 멋진 영화들, 그리고 미국이 개입 내지 통제하고 있는 전쟁과 국제질서가 우선 떠오른다. 「2차세계대전때 미국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서구인들은 전율할 것이다. 「미국의 할리우드가 없고 영화가 없다면」에 대해서는 전세계인은 섭섭해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과학의 발달과 미래에의 희망은 지구인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에게 끼친 것들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질만능주의에서 파생된 온갖 범죄와 기회주의, 부도덕성, 인종차별 등은 현대문화의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에 여러가지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패권주의적인 일상의 흐름은 일부 유럽국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이상주의를 앗아갔다.

 최근 미국 일부언론이 보인 한반도 핵보도에 있어서의 과장보도는 바로 미국이 안고 있는 이런 사악한 얼굴 가운데 하나이다. 보도 자체가 역시 미국이 창안한 선정주의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이런 보도가 끼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특히 갈등지향적인 보도로 일관한 CNN은 시간단위로 내보낸 「한국의 위기」 특집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민방위훈련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생필품 사재기를 요란하게 묘사했다. 르 몽드가 지적한 『믿기 어려울만큼 침착하고 안정된 한국국민』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우리는 CNN의 명성을 쌓은 걸프전의 실황보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동의 밤하늘을 수놓은 환상적인 폭격장면이 하이라이트를 이룬 CNN의 전쟁보도는 이라크 국민을 영화속의 조연으로 (그것도 주인공에게 응징당하는 역할로)전락시켰을 뿐이다. 한 나라의 운명이 갈리는 전쟁을 스포츠중계하듯 하는 것은 부도덕해 보였다. 어린애 손목꺾기 같은 전쟁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상까지 주었다.

 이제 또 CNN이 26%나 떨어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한반도를 「화끈한 뉴스거리」로 삼는다는 비평이 맞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폐악이 만들어 내는 비극일 뿐이다. 이 경우 우리는 그 역작용으로서 『미국사회의 일부가 미국정부내의 일부인사가 북한의 응징이라는 미명하에 한반도에서의 국지전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김일성의 양면성에 대한 대응과 한국의 안보에 전념하는데도 힘이 겨운데도 말이다.<문화1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