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상」홍보명분 촬영 전경구타 등 “생생”/경찰에 압수당해 영장청구때 증거물로 남총련 학생들이 시위중 자신들의 「활동상」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 경찰과 검찰이 이 필름을 결정적인 채증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19일 밤 관악산을 넘어 도주하다 경기 과천에서 검거된 조선대 3학년 배모군(21)이 소지하고 있던 일제 히타치사 16㎜ 비디오카메라에서 남총련소속 학생들의 시위모습을 담은 테이프가 발견된 것이다.
배군은 경찰조사에서 『비디오테이프는 남총련학생들의 UR 국회비준반대 상경투쟁모습을 담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보는 커녕 오히려 남총련 폭력시위 수사 채증자료로 압수돼 폭력시위가담학생들의 영장청구때 증거물로 제출됐다.
비디오테이프장면은 남총련 학생들이 18일 상오5시 영등포역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통일호열차에서 내린 학생들은 깃발을 든채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이용, 역구내를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발자국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외침이나 구호는 없었다.
장면이 바뀌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구내. 흰색 운동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장보다 큰 쇠파이프를 든 학생 2백∼3백여명이 매표소부근에 몰려 있었다. 이미 역 밖에는 시위가 시작됐는지 최루탄가스에 기침을 해대는 학생과 머리에 피를 흘리는 한 남학생, 『빨리 지혈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여학생의 고함이 들렸다.
이어 홍대입구역 외곽. 남총련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홍대로 진입하자 마침 지나가던 112순찰차가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청기와주유소앞 코코스 음식점 거리에서 방패를 놓친 전경들을 에워싸고 무장해제시킨 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듯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는 모습과, 도망가는 한 전경을 끝까지 뒤쫓아 가 등과 허리를 짓밟는 장면에서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다.
홍익대 본관과 공대 미대건물을 점거한 학생들은 옥상에서 돌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한쪽에서는 화단의 붉은 벽돌을 깨 잘게 부수고 다른 한편에서는 플라스틱휘발유통과 소줏병을 놓고 화염병을 만들고 있었다. 진압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소화기를 뿜으며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계속됐다. 쫓기는 전경이 대운동장옆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을 때에도 옥상의 학생들은 『와』하는 함성과 『죽여』라는 고함을 쳤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마포 민주당사 인근 도로주변에서 벌인 가두시위로 끝을 맺었지만 자칭 「활약상」은 「전투」나 다름 없었다. 검찰관계자는 『이같은 폭력적 장면을 어떻게 홍보용으로 찍어 학생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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