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준비를 위해 남측이 오는 28일 고위급 예비접촉을 갖자고 제의한지 이틀만에 북한이 수락한 것은 정상회담의 뜻을 처음 공식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비접촉을 통해 회담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예비접촉개최에는 합의했으나 남북의 정상이 「조건없이 빠른 시일안에 만날 수 있기까지」에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 많다. 회담의 시기와 장소도 그렇고 어떤 문제부터 중점 논의할 것이냐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남측이 예비접촉서 시기와 장소만을 정하려는데 비해 북한이 복잡한 조건등을 들고나와 회담전망을 흐리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라 하겠다.
회담시기에 대해 김일성이 방북한 미키(삼목)전일본총리 미망인을 통해 오는 8월15일께로 흘린것은 다분히 정략적계산을 담고 있다. 북한은 지난 89년이래 해마다 남한및 해외 일부인사들을 부추겨 소위 8·15 범민족대회 소동을 벌여 왔고 올해는 해방50주년을 앞둔 해라며 대대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평양서 정상회담을 열어 범민족대회의 일환으로 이용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기왕에 여는 회담이라면 8·15전인 내달중으로 해야한다. 특히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강조하듯 민족의 자주적이고 평화적 노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북미3단계회담에 앞서 열리는게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다음 과제는 무엇부터 논의할 것인가다. 물론 분단49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만나는것 자체가 가히 역사적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북핵인만큼 김일성으로 하여금 핵투명성을 전면 검증받고 또 핵개발을 완전포기한다는 다짐을 하게해야 한다.
그러나 김일성이 과연 선핵해결에 동의할 것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북한은 수년동안 줄곧 핵에 관한한 남측은 관여할 수 없고 오직 미국과 협상할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정상회담에서까지 핵을 포기시키지 못한다면 장차 가공할 흉기(핵)를 가진 북한과 상대해야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늦어도 북미3단계회담과 병행시켜 핵을 포기않는한 어떤 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한미공조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카터를 통한 김일성의 평화공세이후 한국과 미국의 기류는 묘하게 변질되고 있다. 대북제재는 완전히 약화 또는 실종된 느낌이고, 그토록 외치던 북의 과거 핵개발규명 노력도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특히 양국간의 공조 역시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우리 정부 일각에서 정상회담이 북핵규명, 위기해소, 통일기반조성등에 마치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고 들떠 흥분하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처럼 평화의 사도같이 달콤한 제의를 했던 김일성의 북한은 변함없이 남한과 미국 그리고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방중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당국은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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