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운영은 역시 민간이”…영국 「성공」이후 붐/선진·개도국불문폭증… 남미경제회생 “한몫” 공기업 민영화 열풍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지난 40∼50년대를 풍미했던 기간산업 국유화 바람이 거꾸로 불고 있는 것이다.
이달에만 해도 페루의 세멘토스 리마(시멘트회사), 네덜란드의 PTT(통신회사), 이탈리아의 INA(보험사), 콜롬비아의 방코 포풀라르(은행), 중국의 동방 전력(전기회사)등 9개 이상의 거대 국영기업들이 민간에 매각될 예정이다.
민영화 열풍은 기간산업 국유화로 경제를 정비한 선진국 뿐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개발도상국과 이제 막 시장경제 실험에 들어간 동구권 나라들에도 몰아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 개도국의 민영화 추진 규모는 지난 88년에만 해도 3개국 8억달러에 그쳤으나 88∼92년에는 24개국에서 2백27억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새 거의 40배나 불어난 것이다. 「세계의 민영화」라는 책을 쓴 경제전문가 로드니 로드는 올 한해 세계의 공기업 매각대금은 이보다 2배가 더 늘어난 5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누그러질 기미가 없어 오는 2천년께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초. 당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영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와 비효율성을 면치 못해 정부 재정에 짐만 되던 국영기업을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대처총리의 보수당 정부는 노동당 정권이 2차대전후 줄곧 유지해온 기간산업 국유화 정책을 뒤집었다. 대처 정부는 집권 1년만인 80년 국영 도로운송회사인 NFC를 민간에 팔아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다. 상하수도 전력 통신 에너지 항공 등 주요 부문이 모두 민영화됐고 이제 남은 건 체신과 철도 일부뿐이다. 존 메이저현총리 정부는 이것마저 팔아치울 작정이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국영기업을 팔아 6백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대처 정부 출범 당시 국영기업은 영국 국내총생산의 10.5%,총투자액의 7분의 1을 차지했으며 2백만명의 직원을 거느렸었다. 그러나 92년말에는 그 규모가 3분의 1로 줄었다.
영국의 경험은 기업운영에는 역시 국가보다 민간이 낫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나라에도 민영화 붐을 불러일으켰다.
최근까지 국영기업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며 서유럽 최대의 국유화국 가이던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의 우파정부는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파리국립은행(BNP)을 팔아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총 3천억∼4천억 프랑(43조8천억∼58조4천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민영화5개년계획을 추진중이다.
민영화의 결과는 매각된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 남미 경제가 최근 수년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 가운데 공기업 민영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페루는 올들어 국영 전화회사인 페루 아나 데 텔레포네스를 스페인에 팔아 20억달러를 벌었다. 페루 국내총생산의 8%,93년도 총수출액의 절반이나 되는 엄청난 수입이 단 한 건의 기업 매각으로 굴러들어온 것이다.
국유제를 여전히 경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중국조차 예외가 아니다. 중국정부는 이달말 전국 38개 국영기업을 파산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영기업은 쌓일대로 쌓인 적자 때문에 월급도 제때 못주는 형편이어서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 시위가 지난해말부터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사회주의 중국도 경제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민영화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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