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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보다 수준높은 삶 위해”/신세대 이민물결 뉴질랜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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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보다 수준높은 삶 위해”/신세대 이민물결 뉴질랜드 향한다

입력
199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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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이후 급증… 올 3,000명 넘을듯/대부분 40대이하에 직장도 번듯 이민에도 신세대 바람이 불고 있다. 「수준 높은 삶」「경쟁이 덜한 사회」를 찾아 떠나는 신세대이민의 목적지는 뉴질랜드.

 지난해에만 2천5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고 올해도 계속 줄을 이어 5월말현재 1천2백90명이 떠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3천명이 넘을 전망이다.

 국내의 이민수속 대행업체들이 개최하는 이민설명회는 거의 대부분 뉴질랜드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설명회가 한번 열리면 적어도 1백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설명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학력이 최소한 대졸 이상이고 의외로 명문대 출신이 많다. 나이도 많아봐야 40대초반이나 중반이고 직장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재벌급 대기업이나 급여수준이 높은 금융기관 무역업체 등이 그들의 직장이다. 심지어는 의사 약사같은 전문직 종사자도 있다. 

 뉴질랜드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또 한가지 특징은 「돈을 벌기 위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있을 때보다 자신의 수입이 적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민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학력이나 직장을 보면 나 자신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드시 물어보는게 있다. 이곳에서도 괜찮은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고. 그러면 열 중의 아홉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다. 왜들 이렇게 어렵게 살아야 하느냐고 거꾸로 물어볼 정도다. 물론 자녀 교육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자녀들이 겪어야 할 치열한 입시경쟁이 싫어서 나간다고 말한다』 이민대행업체 삼성이주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92년부터 일고 있는 뉴질랜드 이민붐은 60∼70년대 미국이민붐이나 80년대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투자이민붐과는 분명히 다른 바람이다. 우리나라 전체이민자 수가 80년대 중반이후 급감하는데 반해 뉴질랜드 이민자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이민자 수는 88년 3만1천4백86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4천4백77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뉴질랜드 이민자 수는 88년 4명에서 지난해에는 2천5백69명으로 급증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의 김무옥 이주2과장은 『뉴질랜드 이민자는 미국 호주 캐나다이민자들과 분명히 다르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유는 없고 굳이 말하자면 문화적이고 감각적인 이유로 이민을 떠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학력 전문인력의 이민붐을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빠져나간다는 피해의식과 실업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그곳에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우리라는 순수한 걱정들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뉴질랜드에 가서 하루종일 골프나 친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심지어는 직장을 못구해 가족은 놔두고 혼자 귀국해 직장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점도 매력의 하나로 비춰지는 것같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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