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선전공세 이용 속셈우려/정부선 신빙성 의심 신중자세/“북측 공식회답 두고봐야” 조심스런 낙관론 유지 북한 김일성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미키 다케오(삼목무부)전일본총리의 미망인 무쓰코여사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오는8월중순 북한지역에서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짐에 따라 정상회담추진의 들뜬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다.
21일 하오 북경공항에서 일본기자들이 타전한 무쓰코여사의 발언내용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이후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측에서 처음으로 나온 반응이다. 그런데 이 첫반응이 정상회담 성사를 향한 청신호라기보다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8월15일 김영삼대통령이 북한측 통일방안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른바 「민족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측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상회담의 그림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아직까지 무쓰코여사의 발언내용에 큰 의미를 두려하지 않는 모습이며 일체의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무쓰코 여사의 발언은 모든 정황을 파악한 결과 신빙성이 약하다는게 우리측 관계기관의 판단』이라며 『북한의 회답은 반드시 대남 전화통지문을 통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측이 이번 보도에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무쓰코여사가 80세이상의 고령으로 김일성주석과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주석을 면담한 시점이 우리측의 예비접촉제의가 전달되기 하루전인 19일이기 때문이다. 북경공항에서 NHK등 일본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무쓰코여사는 처음 『김주석이 8월17일 정상회담을 열기를 희망했다』고 말했으나 곧이어 배석했던 손녀가 『8월15일, 평양에서라고 한 것같다』고 정정했다는 것.
정부의 한 관계자는『김주석이 당초 8·15민족대회와 정상회담을 연계시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20일 우리측의 전화통지문이 전달된 이후 나오는 북한의 반응을 정상회담에 관한 본격적인 반응으로 간주해야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고수했다.
정부가 더욱이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카터를 통해 전해진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북을 마치고 18일 김영삼대통령을 만난 카터는 말 첫머리에 김주석의 정상회담제의를 꺼내 회담을 마칠때까지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8·15를 전후한 시기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자는 북한측 의사가 사실이고 그것이 정상회담을 「민족대회」와 연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곧 우리측에 전달될 북한측의 전화통지문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는 것이 아니라 「8·15민족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갖자는 내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4월11일 정부·정당·사회단체 연합회의를 개최, 우리측에 대해 전민족대단결을 위한 8·15민족대회를 갖자고 제의한뒤 여러차례 대남전통문을 통해 호응을 촉구해 왔다. 양형섭최고인민회의 의장명의로 발표된 이 제의는 조국광복 50돌을 한해 앞둔 오는8월15일 민족대회를 갖기위해 평양 또는 서울에서 준비위원회를 개최하자는 내용.
이번 「김일성구상」보도로 제기된 우려는 북한측의 전화통지문, 또는 예비접촉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해소되더라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끌며 우리측의 교섭자세를 움츠러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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