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쇼핑할 때는 그들이 부르는 가격의 10%선에서 흥정을 시작하여 조금씩 올려가라. 당신이 제시한 값에 팔 수 없다고 하면 미련없이 돌아서라. 점원이 쫓아와 붙들면 그 때 사라』 북경에 주재하는 한 미국기자가 이렇게 조언했을 때 나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북경의 관광지를 돌아보던 첫날 나는 그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됐다. 우리 일행중 한사람이 손으로 돌리면 건강에 좋다는 철구 한쌍을 국영상점에서 46원(우리돈으로 4천3백원)에 산후 『너무 싸다』고 감탄했는데, 노점에서는 같은 물건을 10원에 깎아서 살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10원』 『1달라』라고 외쳐대는 행상에게 5원을 주고 산 사람까지 있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물건을 살 때마다 조심했지만, 곳곳에서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수놓은 모자는 25원에서 5원까지, 티셔츠는 30원에서 10원까지, 등긁는 대나무는 2원에서 1원까지, 물건은 똑같은데 깎는 재주에 따라 값이 달라졌다. 물건값을 깎지 못하는 사람은 늘 남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사고 속상해 했다.
서안의 진시황 병마용에 갔을 때 박물관 전시실안에 매점이 있었는데, 한글로 된 소개책자를 발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샀다. 정가는 1백50원으로 좀 비싼편이었지만, 모두들 이번에는 바가지를 안썼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전시실을 나서자 박물관 뜰안에 다른 매점이 있었고, 같은 책을 1백20원불렀다. 전시실 안에서 책 살 기회를 놓쳐 섭섭해하던 사람이 그 책을 80원에 깎아서 샀다.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식당에는 반드시 상점이 있고, 그림·자수·실크·옥·비취·돌·실크등을 판다. 호텔안에 있는 가게나 공장의 직영매점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가게들이 값을 깎아준다. 『처음부터 적절한 가격을 붙이고 정찰제로 해야 관광객들이 마음놓고 쇼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한 관광가이드는 『정가표는 일본 관광객들에게 받는 가격』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인들은 돈이 많을 뿐더러 과거에 중국을 침략하여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그들에게는 바가지를 씌워도 괜찮다는 대답이다.
일부 관광상품에서 특히 심하겠지만, 종잡을 수 없는 중국의 가격체계는 에누리 심한 시대를 살아온 한국인들로서도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 손으로 만들어서 들고나온 나무피리나 수놓은 모자같은 것은 원가를 따질게 없으니 값이 10분의 1로도 내려갈 수 있겠지만, 책이나 철구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는 유출된 물건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 중국인, 인정사정없이 깎는 관광객이 다 보기 흉하다. 중국에서 얼마에 물건을 사느냐는 것은 그날 재수에 달렸다. 그 이해하기 힘든 가격체계는 중국의 거대한 불가사의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북경에서·편집위원>북경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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