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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선상서 중재역 제의”/카터 「방북뒷얘기」 CNN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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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선상서 중재역 제의”/카터 「방북뒷얘기」 CNN회견

입력
199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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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40여년간 남북 많은제의 오갔으나 의사전달·이해부족해 번번이 수포로”/전쟁 가능성 확신 방북추진 지난 1주일동안 남북한 방문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은 19일 CNN TV와의 회견을 통해 자신의 방북경위와 평양 체류중 남북정상회담 중재역을 맡게 된 배경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 중재배경

 『김일성북한주석이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초청장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우리가 (대동강에서) 배를 타고 선상회담을 하던 자리에서 나왔다. 김주석은 지난 40여년동안 (남북간에) 그럴듯한 제의가 많이 오고 갔으나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상호 이해부족 때문에 그 때마다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북한에 오게 된 경위와 카터센터가 하는 일 등에 관해 물은 뒤 필요하다면 우리가 중재역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남북한이 자기들끼리 만날 수가 없는 형편이라면 우리가 대화의 장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주석은 이밖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남북한 양측이 각각 군대를 10만으로 감축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미군을 철수시켜야한다는 과거의 요구를 계속하지 않았다. 대신 남북한 군대를 감축하는 것과 동등한 비율로 미군도 감축하면 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김주석은 또 비무장지대에서 양측의 군대를 철수시킨 뒤 이 곳을 개방해 우선 제한된 규모로 남북한 주민의 방문을 허용하고 장차 이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북한이 팀을 구성해 3천여명의 실종미군 유해를 찾아 가족들에게 전달하자는데 동의했다』 

◇방북경위

 『빌 클린턴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북의사를 알린 것은 그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50주년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기 1시간전쯤이었다.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의 위기상황이 점차 걱정된다면서 (이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돼 가는지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과 나는 고위층으로부터 철저한 브리핑을 받는게 좋겠다는데 합의를 보았다. 그 뒤 지난 5일 로버트 갈루치북핵담당대사가 애틀랜타의 우리 집으로 내려와 3시간가량에 걸쳐 철저한 브리핑을 해주었다.

 그의 브리핑을 듣고 나자 문제의 심각성과 북·미간의 상충되는 입장에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북한에서 당시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거나 오해를 덜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김일성과 대화를 갖는 것 외에 마땅한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갈루치대사가 워싱턴으로 돌아간 그날 밤 로절린과 나는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고 다음날 북한행을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북한측에 「나에 대한 초청장이 아직도 유효한가」를 문의했다. 그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나는 앨 고어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측의 초청장을 받아놓고있는데 꼭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을 순방중인 클린턴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고어부통령은 다음날인 7일 전화를 걸어 클린턴대통령이 방북을 허락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즉시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지난 10일 하오에는 워싱턴에서 집중적인 브리핑을 들었다. 만일 클린턴대통령이 만류했더라면 나는 직접 그와 전화를 연결해 달라고 해서 방북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다소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 용의도 있었다. 

 외교에서는 사실상의 의사 결정권자인 양측 지도자들이 직접적인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나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에도 캠프 데이비드에서 그런 기회를 제공한 적이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이통일원 일문일답> /“절차문제로 시간낭비 안해야”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20일 상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부총리급의 예비회담을 갖자는 이영덕총리 명의의 대북제의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입장과 배경등에 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우리측에서 먼저 예비접촉을 갖자고 제의하게 된 배경은.

 『정부의 기본방침은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이뤄낸다는 목적을 추구하되 이를 회담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카터전미국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주석은 아무런 조건없이 빠른 시일내 정상회담개최를 제의해 왔고 우리는 이미 회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해 온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제의를 하게 됐다』

 ―김주석의 제의에 대해 공식채널을 통해 진의를 확인했나.

 『현재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채널은 따로 없으며 다만 정상회담 제의 자체는 확실한 것으로 본다. 북한측의 진정한 의도는 우리 제의에 대한 향후 북측의 대답으로 명확해질 것이다』

 ―예비접촉대표를 부총리급으로 하자고 제의했는데 북측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는가. 

 『일단 예비접촉이 열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서로가 절차문제등 장애요인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회담성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장소문제등이 빠른 시일내에 결정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다』

 ―전쟁과 대화국면 사이의 갑작스런 변화로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감이 있다. 북한핵문제에 관한 정부 입장은.

 『정부입장은 여전히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으며 대화의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예비접촉이 사실상의 특사교환은 아닌가.

 『아니다. 특사교환을 한다면 정상간에 나눌 얘기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이번은 남북한 정상이 빨리 시간과 장소를 정해 조건없이 만나는 데 주안점을 둔 실무접촉이기 때문에 특사교환에 관해서는 논의된 것이 없다』【홍윤오기자】

◎3국반응/북한측 전향적수용 기대­일/북핵 어떠한진전도 환영­중/한반도 긴장해소 계기로­러

 정부가 20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예비접촉을 오는 28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일본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이 제의에 대한 공식논평을 유보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대화흐름을 반기는 표정이다.

 일본정부는 이날 한국의 예비접촉 제안이 한국이 북한핵문제를 해결키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것으로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일 외무부관계자는 『카터전미대통령의 북한방문중 김일성주석과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의 조기실현을 위해 한국측이 제시한 이 제안을 북한측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면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 비핵화선언을 포함, 핵문제에 관한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도쿄=이재무특파원】

 중국은 북한의 김일성주석의 남북정상회담제안과 한국정부의 예비접촉제의등 일련의 남북관계 흐름에 대해 사실보도만 할 뿐 이에 대한 논평을 즉각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조야가 남북한 정상회담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했다는 기사와 하타(우전) 일본총리의 환영성명 기사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지난 19일 일찌감치 타전한 것을 보면 중국정부 역시 이를 환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물꼬가 트인 것과 관련하여 중국 외교부가 20일 뒤늦게 『중국정부는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한 어떠한 진전에도 환영한다』라는 포괄적인 논평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는 북핵문제등을 논의키 위해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점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김영삼대통령의 이달초 모스크바 방문중 옐친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선언문중 「남북한이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공동선언 제7항)는 항목에 주목하면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것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 남북한이 과거에 합의했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과 「남북한 상호 불가침선언」등이 이번 기회에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되고 실제로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 사항들이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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