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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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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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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바꾸면 팔자가 바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름을 보다 좋은 운세를 갖다 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바꾼다. 근래에 재벌계열사인 금융기관들이 서둘러서 그들의 고유한 이름을 버리고 모기업의 이름을 따서 상호를 고치고 있다. ◆예컨대 고려화재해상보험은 쌍용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대그룹도 합작자회사인 국제종합금융을 현대종합금융으로, 이에 앞서 삼성그룹은 계열사인 동방생명·안국화재·국제증권 등을 각각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으로 개명했다. 모기업그룹의 명칭을 앞에 붙여서 재벌의 적자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자는 것이다. ◆그밖에도 대기업그룹의 명칭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적지 않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은행계열 금융자회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신용은행은 한국투자증권을 장은증권으로, 한일은행은 한흥증권을 한일증권으로 등등. ◆제조업의 자회사가 모기업의 명칭을 내세우는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이자는 것이니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재벌그룹의 명칭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이들은 모두 상업성 뿐 아니라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계열 언론사가 모기업의 명칭을 내세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이름 바꾸는 것이 무슨 굉장한 구조조정이나 대변신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자회사가 독립법인이란 이미지를 버리고 재벌계열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재벌의 사금고임을 일반고객에게 과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금융기관에 맡긴 고객의 돈은 재벌이 보증한다기보다 그들에게 돈을 맡긴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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