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앞에서 그 영화를 연출한 Y감독을 만났다. 토요일 하오인데도 극장앞은 썰렁했다. 초췌한 모습의 Y감독이 푸념섞인 한마디를 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우리영화를 너무 안봐요.아주 외면을 해요』 그의 말처럼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영화관객 4천8백여만명 가운데 한국영화관객은 7백70여만명으로 전체의 16%에 지나지 않았다. 83년 전국영화관객 4천4백여만명중 40%인 1천7백50여만명이 한국영화관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다. 지난 10년간 매년 1백만명씩이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해 시들어가고 있는 한국영화를 살리자는 운동이 관(관)과 기업체의 영화동호인모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고 있어 암울한 영화계에 빛이 되고 있다.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영사모). 그동안 영화계로부터 영화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문화체육부 영화진흥과가 영사모를 발아시킨 텃밭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해말 출범한 영사모에는 6개중앙부처와 9개기업체등 15개업체 영화동호인 5백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자격은 월 1회이상의 한국영화를 포함, 1년에 50회 이상 영화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1인평균 영화관람횟수가 1·2회정도인 점에 비추어 볼때 50회 관람이란 대단한 영화열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임이라기 보다 영화를 사모(사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할만하다.
영사모회원들은 영화를 「본다」고 하지않고 「읽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깊이있고 체계있게 감상한다. 매월 한번 이상 회원들이 함께 한국영화를 본후 토론을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이를 관객확대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것이 이들이 모인 취지다. 토론회에는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을 비롯, 스태프들이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의견에 귀기울인다. 이렇게해서 집약된 평가는 회원사의 사보를 통해, 회원들의 입과 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달된다.
영사모는 이달까지 모두 6차례의 한국영화감상회를 가졌다. 이들의 계획은 회원사를 1백대기업으로 확대하고 기업과 영화감독의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일이다. 기업이 감독의 후원자가 돼 영화를 봐주고 지원할때 한국영화는 회생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영사모는 한국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작은 밀알이다.영화인들은 이 밀알의 실체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이들의 애정을 가슴으로 받아들여 이들이 실망하지않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것이 영화인들이 할일이다.<문화2부장>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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