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지미 카터전미국대통령은 19일 워싱턴에서 『북한 핵문제로 인한 위기는 이제 끝났으며, 따라서 대북한 제재를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도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북한핵문제가 카터의 북한방문으로 해결되었단 말인가. 이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동의할 사람은 아마도 그런 발언을 서슴지 않은 카터 자신뿐일 것이다. 자기 자신의 방북성과를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이쯤되면 아전인수식 해석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는 지난 17일 평양에서 김일성주석을 만나 『미국이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추진을 중단했음을 알린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바 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달라진게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그의 이 발언은 미국 정부당국과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따라서 대북한 제재를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도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자기자신의 사견을 미국정부의 뜻인양 전했다는 인상이 짙다.
카터전대통령은 또 김주석이 남북한 병력을 각각 10만명으로 줄일것과 종전의 미군철수주장 대신 주한미군도 남북한 병력감축에 정확하게 비례해 줄이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는데 이 발언 역시 사실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북한의 종래의 태도가 과연 카터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돌변한 것인가. 변했다면 무엇때문인가. 우리에게는 매우 궁금한 사항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의 실무접촉을 통해 카터에게 던진 김일성의 약속이 어느정도 사실인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런 검증절차를 통해 김의 진의와 카터발언의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카터의 발언만 믿고 대응책을 논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카터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가 본 김일성」이다. 그는 김일성으로부터 받은 인상에 대해 『활발하고 지적』이며 『대단히 합리적』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임당시 인권외교의 깃발을 펄럭이며 자신을 과시했던 카터였지만 북한과 김일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평양과 서울을 왕래한 그의 외교적 노력과 성과를 과소 평가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개인적인 쇼맨십보다는 외교특사로서의 정직한 역할과 보다 정확한 현장파악이 앞섰더라면 더욱 더 그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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