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경제의 피」라 한다. 피가 썩으면 신체가 병들 듯 금융이 썩으면 경제도 병든다. 따라서 금융의 책임과 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금융의 행태가 지금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금융의 비리와 변칙 및 이에 따른 부실은 금융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킨 지난 역대정권들의 도착된 정치경제관행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기관의 직업적·도의적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금융은 정부주도아래 민영화·자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내외의 경제여건에 비추어 불가피한 추세다.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가 서둘러 확립돼야 하는 것이다. 우선 금융기관 자신들이 이에 대한 의지와 의욕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특혜시비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불실기업 한양의 정리방안은 파행적이고 무책임한 금융이 국민과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 오는가를 실증해 주는 것이다.
상업은행은 주택공사에 대해 한양과 3개 계열사를 인수시키는 조건으로 한양의 자산가치를 넘는 빚 4천2백94억원중 2천억원은 탕감해 주고 나머지 2천2백94억원은 연리 9%, 5년거치 10년 분할상환으로 지불토록 한 것이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상업은행으로서는 인수를 원치 않는 주택공사에 떠넘기자니 주공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상업은행은 오랫동안의 골칫거리였던 불실채권 한양을 떨쳐버리는 대신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같았으면 상업은행은 침몰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상업은행 주주들이 그 만큼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국민경제가 그만큼 손실을 입는다.
어떻게 하여 한양이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부실화됐는가, 주거래 은행인 상업은행은 왜 이것을 방치했는가. 상업은행은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국회재무위와 정부감독기관에서 진상을 밝히거나 밝혀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불실기업정리관행에 의하면 한양의 자산정리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양도소득세등 세부담을 경감받으려면 한양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받아야 한다. 한양은 지난 86년 중동건설부실정리와 관련하여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 세제 및 금융상의 혜택을 받은 바 있어 또다시 합리화업체로 지정받으면 타기업과의 형평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떻든 한양의 관련하청업체가 5천여개나 되고 시공중인 아파트의 입주계약자가 1만8천여가구에 달하므로 한양사업의 승계는 보장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피해의 파급영향이 크다는 것이 불실기업구제의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불실의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관련금융기관은 불실예방이나 감독의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은행이 이제는 스스로 책임경영을 구축해 가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