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판례보도·입법방향 제시 돋보여/형사사건 등 피의자 인권에도 더 신경을 신문에 보도되는 법률관계기사는 현실에서 적용되는 법률의 사회적 약도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화·세분화된 현대사회에서 법을 알지 못하고는 자기의 권익을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위법행위를 할 수도 있다. 각종 법령안의 입법예고, 구체적인 행정조치, 민·형사사건의 내용이나 판결등에 대한 보도는 전문서적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는 일반 국민들이 법률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현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5,6월에 실린 한국일보의 법률관계 기사를 읽어보니 피부에 와닿는 판례·행정조치등을 일일이 챙기면서도 일과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규범과 현실을 연계시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5월21일자 2면의 「영상진흥법 9월 제정」에서 문화체육부와 여당의 입법의도를 소개한 뒤 5월25일자 연예면에서 「새 영상진흥법 스크린 쿼터 논란」이란 제목으로 극장연합회와 영화인연합회의 주장을 반영한 것은 입법과정의 신중한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폐기물관리법상 최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한 첫 사례를 다룬 5월25일자 사회면의 「쓰레기 무단 투기 주민에 대한 과태료 1백만원 부과」기사는 쓰레기를 적당히 버려도 된다는 안이한 발상에 경종을 울린 의미있는 기사였다. 한국일보는 다음 날 보건·환경면에 「건축폐기물 골치덩이」라는 후속기사를 통해 폐기물 투기의 실상과 대책을 보도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한단계 높이는 세심함을 보였다.
한약협지회장 부부 살해사건은 아들이 부모를 죽인 희대의 패륜 사건이었다. 지면을 뒤덮는 사건보도 속에서 한국일보가 5월28일자부터 3일간 연예면에 연재한 「저질영상문화의 현주소」와 같은 날 사회면에 실린 기획물 「폭력영화·비디오 해악 가중」은 법을 통한 단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시의적절하게 파헤친 심층분석 기사였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6월7일자 「청소년 음란비디오 폐해 심각」기사도 저질음란 비디오와 청소년범죄의 상관관계를 부각시킨 기사였다. 이같은 일련의 기사들은 신문의 교육 및 계몽기능을 새삼 느끼게 하는 기획이었다.
그러나 법률전문지가 아닌 일반 언론의 법률관계기사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안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전달하려는 저널리즘의 속성상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센세이셔널한 형사사건의 경우 정확한 보도보다는 신속한 보도의 유혹에 빠져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자주 있다. 한약협회지회장 부부 살해사건과 관련한 일부기사에서 정확보다 신속을 추구한 행태가 보였다. 「신속」과 「정확」, 그리고 「인권보호」의 이상이 조화를 이루는 기사를 기대한다.<부산대교수·헌법학>부산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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