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재야법조계 전례없는 「물밑대화」 눈길/민변 참여 변호사 등 과감한 발탁 가능성도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대법원과 재야법조계가 전에 없이 활발한 「물밑 대화」를 가져 귀추가 주목된다.
윤관대법원장은 13일과 17일 이세중대한변협회장과 극비리에 회동, 대법관 인사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두희법무부장관과도 만나 검찰출신인사의 대법관 제청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법원장이 사법부 인사문제를 변협회장 법무장관등과 공식논의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윤대법원장은 이변협회장과의 회동에서 『대법관후보의 자격기준등에 관한 재야법조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며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 것에 대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대법관을 제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언명은 대법원의 기존 입장보다 크게 전진적인 것이다.
대법원은 변협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회장 고영구변호사) 법학교수협의회(회장 김철수서울대교수) 경실련 민주당등 각계의 청문회 개최주장에 당초 『법적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대법원장과 변협회장의 회동을 전후해 대법원 관계자들은 『인사청문회 개최여부는 국회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문제』라며 반대자세를 크게 누그러뜨렸다.
대법원의 자세 변화는 청문회문제를 놓고 재야법조계 시민단체 정치권등과 소모적 논란을 계속할 경우 대법원의 위상이 손상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단 각계 요구의 타당성을 긍정하되 「물밑 대화」로 청문회개최의 현실적 장애를 납득시키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주목되는 것은 민변등 재야법조계에서 『청문회가 졸속으로 이뤄질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 눈앞의 인사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우리 실정에 맞는 인사청문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온건론이 대두하고 있는 점이다. 민변은 지난달 9일 『대법관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판사 검사 교수등 17명의 경력등을 자체 조사, 문제인사가 제청될 경우 조사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윤대법원장의 물밑 대화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관 인선에 재야법조계등의 의견을 과감히 수용할 것을 약속하는 대신 후보들의 경력시비나 청문회 요구등은 일단 이번 인사에서는 원칙적 거론에 그치도록 한다는데 양해가 이뤄진듯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법조계에서는 새 대법관 6명중 4명은 현직 법관중에서 재야법조계의 「전력 평가」를 고려해 인선하고, 나머지 2명을 변호사와 검찰출신으로 제청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거세게 일고 있는 사법부 개혁요구와 윤대법원장의 개혁의지를 감안할 때 민변에 참여하고 있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 과감히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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