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는 영세… 대기업마저 적자로 포기/3천억시장 일닌텐도등 90%이상 잠식 국내 전자게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영세중소기업체에 의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자게임산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국내 대기업들마저 최근 누적되는 적자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외국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등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 86년 「재믹스」라는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를 선보이면서 국내 전자게임산업의 길을 열었던 대우전자가 사업성을 이유로 지난해 게임기사업을 전면 중지한데 이어 해태도 올해초 사실상 이 사업을 중단하고 재고정리에 들어갔다. 대우와 해태의 중도포기로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업체에 대항할 국산 프로그램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89년에 전자게임기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은 지난 해까지 5년동안 7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적자를 냈다.
첨단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자게임산업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기껏해야 어린이용 오락게임기나 사행·음란성 게임기를 만드는 「음지산업」대접을 받고 있다. 각종 규제가 기업의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전자게임산업의 기술수준 역시 「바닥」에서 허덕이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64비트 전자게임기까지 개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기업들은 초보단계인 8비트짜리 게임용 팩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해 핵심부품 대부분을 비싼 로열티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수입, 조립해 쓰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안 첨단기능을 앞세운 외국업체들의 시장잠식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3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전자게임기시장의 90%이상을 일본의 닌텐도사와 세가사가 휩쓸고 있다.
전세계 전자게임산업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급성장, 연간 3백억달러규모의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닌텐도사와 세가사가 양분하고 있는 게임기시장에 미타임워너와 AT & T 등이 공동설립한 3DO사와 일본 파이어니어사가 뒤늦게 뛰어드는 등 선진국간 첨단기술경쟁도 뜨겁다.
전자게임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무한하다. 전자게임산업은 부가가치율이 70%에 이르는 전형적인 고부가 두뇌산업이다. 전세계 전자게임기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닌텐도사와 세가사는 전체 직원이 2천명도 채 안된다. 그런데도 이들이 지난 한해동안 벌어들인 돈은 무려 7조3천6백억원이나 된다. 이는 5만여명의 연구·기술인력을 가진 국내 반도체업계가 지난해 올린 전체 수출액 6조5천6백여억원보다 8천억원이나 많은 돈이다.
멀티미디어기술이 총동원되는 전자게임산업은 멀티미디어화에 견인차역할을 할 뿐아니라 차세대 멀티미디어기술을 바탕으로 가상현실등 미래영상오락산업의 영역을 개척하는데도 꼭 필요한 산업이다.
세계 각국이 전자게임산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 산업의 문화적인 영향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자게임은 주수요층인 청소년들에게 특정국가의 특정문화를 아무런 여과없이 주입시키는 매체로 작용한다.
상공자원부가 최근 전자게임산업을 첨단산업으로 고시, 구체적인 육성방안을 마련하는 등 뒤늦게나마 전자게임산업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전환과 함께 사회인식도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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