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관계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94년 3월 현재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1백18만달러에 불과하며 정부 또는 민간 차원의 교류도 미미한 실정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조금 과장해 말하면 타잔영화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기업에 취직한 나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이처럼 소원한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인을 헤아려 보았다.
한국이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있다면 아프리카는 아직까지 초급단계의 기술을 배우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격차가 양자의 상호 교류를 부진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또 지리적으로 워낙 떨어져 있어 상호 이해의 기회가 적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한국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한·아 관계증진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한 문제와 관련한 외교관계, 한국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양 지역의 역사·문화적인 유사점이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그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의 협약이나 동맹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의 원자재와 북한의 군사기술을 맞바꿀 가능성이 상당히 크며 특히 선진 각국의 기술보호주의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술 습득이 어려워질 경우 이런 형태의 동맹관계가 확산될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 및 경제개발 노하우를 아프리카의 각 나라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아프리카는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에 최적기이다. 만일 아프리카의 경제가 일정한 궤도에 올라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기업들에 선수를 빼앗길 것이다. 그러나 신속하게 진출하되 아프리카의 역사나 문화, 법규나 제도등 현지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끝으로 한국과 아프리카는 문화·역사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식민지배를 당한 아픈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은 모두 대단히 감성적인 특질을 지니고 있어 쉽게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관계증진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바로잡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방문의 해」인 올해 서울을 찾아오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이 종전과는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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