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외교문제는 북한의 핵문제해결이다. 클린턴대통령이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네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적인 단계적 협상과 경제적 압력을 수반한 교섭, 유엔에 의한 경제제재와 군사적 해결방법이 그것이다.
이 네가지 선택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북한의 군사적 보복가능성을 수반한다. 이 상황에서 클린턴대통령이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방법을 택하든지 정책혼란과 우유부단함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방해하고 또다른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유엔을 통한 정치·경제적 제재조치를 추진해 왔다. 또한 미국은 만약의 경우를 상정, 북한의 오판이 없도록 군사적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감은 실추될 것이며 북한만이 아니라 강경국가들로부터의 계속되는 도전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1∼2개의 핵폭탄을 이미 제조했을 것으로 가정해 미국이 그선에서 현상유지정책을 취한다면 북한은 더욱 많은 폭탄을 생산하려 할 것이며 그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리비아, 이란, 시리아 및 이라크등 소위 테러국가에 판매하려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아시아에서 신뢰성을 상실하고 1945년부터 다져놓았던 이 지역의 안정보장체제는 동요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대북외교정책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정책방향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린턴은 왜 북한의 핵문제가 위험한 것인지를 그리고 필요에 따라 미국이 군사력까지 사용하게 될 수도 있음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클린턴은 많은 외교문제전문가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중 55%가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의 우유부단한 외교정책결정은 제2의 베트남전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고 나약하다는 소리도 듣지 않으려는, 다시 말해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는데서 연유된다.
클린턴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는 페리국방장관의 발언에서도 모호함과 모순이 발견된다. 그는 『우리의 정책방향은 줄곧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도 뒤에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클린턴이 『북한이 단 하나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고 천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외교정책의 혼선은 북한은 물론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도 혼동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핵시설로 추정되는 장소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뜻도 없이 공허한 협박만을 계속한다면 오히려 북한을 혼동케하고 오판하도록 할 소지도 없지 않다.
클린턴은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무엇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명백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며 경제제재보다 아태지역의 미군사력을 증강, 과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경제제재보다 전쟁유발위험이 적다고 본다. 경제제재는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국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클린턴 외교정책의 밑받침이라 할 수 있는 시장개방의 확장과 경제이익의 추구보다 미국의 안보와 세계정치질서의 안정이라는 문제가 우선시돼야 한다. 북한핵문제가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일단 유사시 무력의 동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도 인식시켜야 한다.
클린턴이 아무리 내치에서 성공해도 외교정책에서 실패하면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힘들다. 또한 미국의 번영과 존속도 합리적인 새로운 세계질서의 창출과 유지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