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1분전 서정원의 동점골에 온국민이 일제히 환호를 올렸고 전국이 열광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었다. 너무도 극적이고 가슴 후련한 기사회생이자 16강으로의 힘찬 발진이어서 철 빠르게 몰아닥친 불볕더위의 불쾌지수와 북핵문제의 불안지수를 말끔히 씻어내고도 남았다. 제15회 미국월드컵 개막 첫날경기서 한국이 거둔 무승부의 전과는 상대가 4강진출을 호언장담하고 우승까지도 넘보는 유럽의 강호 스페인인데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총력질주한 끝에 완전히 기울어진듯 했던 전세를 뒤엎고 따낸 것이어서 더욱 통쾌하고 값지다.
경기종료 6분전까지 2점이나 뒤진 전세를 뒤집으리라고 그 누가 감히 상상했을까. 그러나 결과는 기적과 같은 2―2의 무승부였다.
기술적으로는 전반 26분 수비선수가 퇴장당해 11명―10명의 힘겨운 체력전을 벌여야 했던 스페인선수들의 체력탈진이 무승부의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그라운드서 마지막 땀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투지를 불태운 선수, 벤치서 필승의 전략을 짜낸 임원, 모국서 뜨거운 성원을 보낸 온 국민의 3위1체 총력전이 이 기적의 무승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당초 한국팀의 목표는 본선 첫승리에 16강진출이며 첫승리의 대상으로는 볼리비아를 지목했으나 1승(승점 3점)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60%안팎이며 1승1무승부(승점 4점)라야 16강진출이 확실하다. 따라서 볼리비아만 제압해가지고는 골득실점에 따라 16강에 오를 수도 있고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과 비김으로써 이제 한국은 볼리비아만 물리친다면 최강의 우승후보인 독일과의 대전결과에 관계없이 본선 첫승리와 16강진출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다. 대스페인전 무승부의 의미는 바로 이점이다.
월드컵의 장정은 이제 시작되었으므로 스페인과의 무승부로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제까지 국제무대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볼리비아는 지역예선서 브라질에 첫 패배를 안겨 주었고 독일과의 개막전서 선전했으며 남미팀 특유의 유연한 개인기와 순발력을 지닌 팀이어서 스페인 못지 않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난적이다.
66년 제8회 런던월드컵서 북한팀이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하여 아시아지역팀으로서 첫승리를 거두고 결승토너먼트에 오르며 파란을 몰아쳤다.
한국의 대스페인전 무승부는 어쩌면 북한이 런던 월드컵서 몰아친 파란을 한국이 미국월드컵서 재현하는 전조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투지를 더 뜨겁게 불태워야만 월드컵서 코리아 파란이 28년만에 남쪽의 돌풍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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