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안협의·회람계속 불구/북·중 대표들은 홀가분한 표정 17일 한국의 유엔대표부 분위기는 갑자기 방향타를 잃어버린 듯 한가했다. 반면 굳은 표정을 짓고 다니던 북한대표부의 박길연유엔대사는 발걸음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유엔로비를 돌아다녔다.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이 김일성 북한주석과 회담을 가진것이 곧 유엔 안보리의 로비에도 파장을 던지고 있는것이다. 카터가 평양방문후 갖고 온 김주석의 메시지의 효험을 지금 판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카터의 방문결과 한미일이 합의하고 추진해 온 북한핵 정책은 바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 제재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외교적 미숙 때문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안보리의 분위기는 김이 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양국의 외교소식통들은 안보리의 북한제재결의안 협의에 차질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카터발언」이후로도 16일 비상임이사국들에 결의안 초안을 회람시키고 협의를 계속했으며, 제임스 루빈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17일 기자들 앞에 나타나 『미국은 제재결의안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리자오싱 대사는 「카터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는 보도진에게 『우리가 늘 얘기했듯이 대화가 대결이나 제재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안보리긴급회의에서 의장성명을 채택한 이후 그의 얼굴에 나타난 무거운 표정이 다소 홀가분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가 제기한 제재결의의 발효시기를 놓고 협상을 해야했다. 러시아가 결의안 작성과정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거부권가능성까지 암시하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분명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서 하나의 이해당사국으로서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같다. 미국은 15일 결의안초안을 회람하며 러시아가 주장한 국제안보회의 소집이 제재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제재결의가 발효하기 전에 국제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전제를 결의안 초안에 넣기를 주장하고 있다.
17일 안보리 협의 의제에는 북한핵문제가 없었다. 서방의 안보리소식통은 미국의 안보리 결의안 추진 계획표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카터 발언」의 파문은 그렇게 크지 않을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안보리 로비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또다른 계기가 없는 한 제재결의안을 추진할 만한 공기는 아닌 것같다. 「카터발언」도 그렇지만 16일 로버트 갈루치미국무차관보의 성명이 미국의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안보리에서 북한제재결의안 협의를 시작한 이유는 북한이 임의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원칙을 위반하면서 핵연료봉교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체결하고 사찰을 받기 전의 북한핵개발의 족적을 고의로 지우려하기 때문에 이같은 북한의 행태를 바꾸려는 제재인 것이다.
그런데 카터전대통령이 김주석으로부터 받아냈다는 약속이나 갈루치차관보를 통해 밝힌 3단계회담 계획은 북한이 조건에 맞으면 사찰도 받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도 남겠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외교소식통들은 김주석의 발언에서 북한의 입장이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정도의 내용을 크게 평가한다면 미국은 이미 제재결의를 추진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3단계 회담으로 갈 수도 있었다. 북한핵문제의 본질은 핵안전협정체결 이전의 플루토늄 추출여부를 캐내는 데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정책은 변한게 분명하다. 따라서 안보리의 결의안 추진력은 감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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