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문제가 성사변수 될수도/정치적타결 「장애」 없앨 가능성/「원칙」합의 불구 「성사」까진 고비산적 카터전미국대통령을 통해 전달된 김일성주석의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의사는 내용상 지난해 5월25일 북한의 첫 특사교환 제의에 포함돼 있던 정상회담제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후 지난 3월18일까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8차례의 실무대표접촉이 모두 성과없이 끝나고 도리어 남북간 긴장만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분단이후 처음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실무적인 선결과제가 가로 놓여 있는게 확실하다.
이번 경우가 전과 다른 것은 『김일성주석이 최고당국자 이외의 하위당국자들의 교섭으로 정상회담문제가 복잡하게 꼬이는 것을 피하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히고 있고 우리측도 이를 수용할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어 성사전망이 비로소 구체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카터가 형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방북을 했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자격으로 전달한 메시지는 어떤 방식이든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대화제의등 구체적인 행동에 옮겨질 수가 있다. 따라서 우리측으로서는 김주석과 북한당국의 후속반응을 지켜보는 기간이 필요할 것같다.
정상간의 직접대화를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또다시 판문점에서 차관급이상 고위급을 수석대표로 한 「정상회담개최를 위한 남북한 실무접촉」의 개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3국등에서의 비밀접촉도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나 문민정부의 대북교섭 스타일과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을 감안할 때 공개협상의 형식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접촉은 정상회담의 의제, 방문일정, 신변보장등을 규정한 「합의서」채택을 목표로 한다.
실무접촉은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한 측에서 제의하게 되는 것이 순리이다. 카터를 통해 전달된 김주석의 의사가 『여러차례 제의된 김대통령의 정상회담제의를 받아들인다』는 형식으로 돼 있으므로 북한측으로서는 우리측의 선제의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주석이 거론한 우리측의 제의란 지난해 2월25일 김대통령의 취임사중 『봄날 한라산 기슭에서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 못가에서도,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다』고 제의한 부분을 가리킨다. 북한이 지난해 5월25일 강성산정무원총리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정상회담개최를 위한 특사교환」을 제의했을 때도 이 취임사가 언급됐었다. 북한측은 이어 같은달 31일 『특사가 쌍방정상이 만나는 문제와 남북현안을 타결하기 위한 최고위급(김일성주석)의 중대한 뜻을 전하게 될 것』이라며 정상회담개최를 재차 간접 제의해왔다.
북한은 이 제의가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방도의 논의를 전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김주석의 제의는 그때와 같은 논리를 답습하고 있는 원칙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 우리측은 이 제의를 수용치 않았는데 이 때 북한측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이번에도 정상회담성사를 낙관할 수 없는 같은 이유가 된다.
우선 의제문제에서 북한측은 핵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를 피하고 10대강령과 4대요구사항등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통일방안을 주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측이 정상간의 「간접회담」인 특사교환문제의 협의과정에서도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의 실천문제를 마지막까지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양보치 않았다는 사실은 이같은 맥락에서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정상들간에 북한핵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될 수 있는가는 의제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당국자간의 협상 성격상 이같은 의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채 양측이 정치적 타결을 노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실무접촉은 의외로 쉽게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정상간에 포괄적으로 현안을 논의할 경우 군비감축, 경제협력문제,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적왕래문제, 그리고 북한을 흡수통일하지 않겠다는 체제보장문제등이 예상되는 의제들이다. 우리측은 남북한 고위급회담산하 각공동위 개최를 통해 이같은 현안들의 해결을 노리게 될 것같다. 북한측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측으로부터 김정일후계체제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을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남북한 정상이 직접 대좌하자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나 그 「성사」를 낙관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고비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유승우기자】
◎남북정상회담 언제 어디서…/“빠르면 내달… 아니면 무산” 관측/북,선평양개최 요구할듯… 확률높아
만약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언제 어디서 열릴 것인가.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의제와 같은 핵심변수는 아니지만 그 상징성으로 교섭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줄다리기의 대상이 될것이 분명하다.
카터전미국대통령을 통한 간접의사교환에서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북한주석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그리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원칙적 합의를 보기는 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정상회담의사를 전해온 의도에 따라서는 시기와 장소에 관한 구체적 합의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시기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 3단계회담과 크게 동떨어지는 훗날의 얘기가 된다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게 우리측 시각인것같다.
따라서 향후 교섭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명시적으로는 아니나 암묵적으로는 북·미3단계 회담의 일정과 불가피하게 맞물려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개인자격」으로 전달된 카터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실무접촉제의가 오가려면 빠르더라도 다음달초가 될것같다. 이때까지 양측은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은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처럼 여러차례 개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쟁점이 이미 드러나 있는 상태에서 따로 명분축적을 위한 줄다리기가 필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몇차례의 실무접촉을 거쳐 빠르면 다음달중 열리든지 또는 상대방의 기만전술에 넘어갔다는 사실만을 확인한채 완전히 무산되든지 양자택일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게 대부분 시각이다.
장소로는 서울과 평양,그리고 판문점등 중간지점과 중국등 제3국을 모두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이중 제3국은 김일성이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여행을 극도로 싫어하고 고령이라는 현실적 고려, 그리고 민족내부의 문제를 해외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명분상의 문제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도 중간지점이기는 하지만 사실 회담장소는 우리측 평화의 집이나 북한측 통일각 어느 한쪽의 지역으로 불가피하게 결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군사분계선상에 임시회담장을 급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이냐 평양이냐는 문제는 우선 상호 순차방문이냐, 단발성 정상회담이냐는 경우의 수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어느 경우든 북한측으로서는 대내명분상 선평양방문을 강력히 요구할것같다. 이와 관련, 남북한 양측에서는 과연 어느쪽에서 먼저 정상회담을 제의했는가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김주석이 카터를 통해 전달한 이번 제의가 『한라산기슭이든, 백두산 천지못에서도 좋다』는 김대통령의 취임사를 환영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평양개최을 우리측이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는 논리가 전개될 수도 있다. 더욱이 6공당시 노태우전대통령은 평양방문을 통한 정상회담 제의를 한 선례도 있다.
결국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평양회담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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