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고려대학교의 제1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세기를 전망·구상해야 할 뜻깊은 시점에 서 있습니다.국권수호가 최고의 가치였던 근대화의 여명기로부터 국권회복이 절대명제였던 식민지시대를 거쳐, 민족 통일이 지상과제로 남아 있는 오늘의 분단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 고려대학교는 언제나 민족사의 선두에 서서 그 사명을 다해 왔습니다.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이 시대의 격렬한 사회변동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의 자랑스런 역사적 특성만은 끊임없이 유지·계승되어야 할 빛나는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의 세계는 경제적 세계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여기에 맞선 분리주의의 역류현상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로 『미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는 진단이 실감될 정도로 우리는 극도의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토록 어지러운 혼돈 속에서도 지금 우리 민족앞에는 분단의 극복이라는 민족사적 과제가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고려대학교가 이 통일의 시대에도 진정 민족사를 주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극복의 성스러운 대열에 앞장설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길러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희구하는 새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은 세계적 보편성과 민족적 특수성을 조화·접목시켜 나갈 수 있는 투철한 역사의식의 소유자이어야 하겠습니다. 삼국시대에 가장 후진국이었던 신라는 「현묘지도」라는 전통적 민족사상을 불교에 접목시켜 호국대승불교의 새로운 정신적 원천으로 발전시켰기에 마침내 통일대업을 완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보편적 가치로 신봉하고 있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원리도 절대지상의 가치일 수는 없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세계 도처에서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체사상」이라는 특수성에만 매달려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북한이 미래를 향한 전진은 고사하고 생존 그 자체가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고 있음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고 보편주의 일변도로 치닫는 맹목과, 보편적 가치를 외면한 채 고립주의적 특수성만을 고집하는 저돌, 어느 쪽도 올바른 길이 아님을 인식하게 됩니다.
분단의 극복은 이렇듯 역사적 성찰까지를 포함하는 명제이기에 단순히 영토와 인구의 통합에만 국한될 수 없는 정신사의 과제요, 산업사회 이후의 문명사적 전환을 예비하는 명제이기도 합니다. 이 벅찬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원리를 포용하고 조화·통일시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을 길러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젊은 세대가 통일의 이념으로 각성하여 분단극복의 선봉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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