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문제는 평양을 방문중인 카터전미국대통령과 북한 김일성주석간의 회담으로 다시 대화와 진정국면을 맞게 됐다. 북한핵 문제는 그러나 북한이 지난 1년이상 보여준 끝없는 변덕으로 언제, 어떻게 평지돌출식으로 바뀔지 모른다. 북한의 처지를 아무리 역지사지 하더라도 그동안의 행동으로 미뤄 또다시 내비치고 있는 화해제스처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는 아예 논외로 접어두는게 마음 편할 것이다.○민·관·정의 호흡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북한핵 문제와 관련한 각종 상황에 우리가 취한 대응은 기민했으며 변화막측한 북한의 태도를 능히 제압할만큼 관민과 정치권등의 호흡이 잘 맞았는가. 특히 전쟁위기론이 느닷없이 확산되었던 지난 1주일동안 우리는 전쟁위기론을 이겨낼만큼 의연했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다.
서울의 일부지역에서 벌어졌던 사재기를 보자. 물론 이러한 현상은 외국언론과 일부 국내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사재기를 부추긴 것은 관이었다. 국민에게 「비상물품」을 준비토록 권장한 관의 권유는 사재기를 하라는 소리였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국민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예측불허의 북한에는 통일되고 흐트러지지 않는 국민의 모습이야 말로 북한의 전쟁흑심을 사전에 제어할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라 할수 있다. 그런데도 관은 앞장서서 사재기를 권유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쓸모없는 입씨름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정치권은 제재냐 대화냐를 놓고 쓸모없는 입씨름만 벌였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를리 없는데도 여야로 나눠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우겨댔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는 저의중 가장 뚜렷한 것은 값싼 방위비(핵폭탄)로 「남조선」을 위협하고 취약한 정권유지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이점을 정치권이 몰랐다고 해야 할것인가.
정부의 대응도 마땅히 지적되어야 한다. 우리와 미국은 북한핵 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결방안에 반드시 의견이 일치할수가 없다. 전쟁이 나더라도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게 미국의 목표라면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한편 전쟁을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흔들릴수 없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북한핵 정책은 이 전제위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최고 이해당사국
우리는 사회일각에 북한의 주장이 옳고 우리의 주장은 무조건 그르다는 친북 좌익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제재가 곧 전쟁이라는 북한의 주장에만 동조할뿐 우리의 제재논리는 무조건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제재=전쟁이라는 북한의 허구적 논리를 일거에 깨부술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대화를 위해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약하다. 왜 제재가 불가피한지를 국민이 쉽게 동의할수 있는 논리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리가 북한핵 문제의 최고 이해당사국임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 또 우리가 최고의 이해당사국인만큼 우리의 이해에 어긋나는 협상이나 제재에는 과감히 「NO」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미국언론이 「제2의 한국전」발발 가능성을 거듭 보도하는데도 변변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정부는 명심해야한다. 우리의 이해에 어긋나면 미국을 향해, 국제사회를 향해 감연히 NO라고 말할수 있는 정부라야 오도된 여론을 바로잡고 북한의 주장에 눈감고 동조하는 세력을 과감히 징치할수 있는 것이다.
북한핵 문제로 이번주는 우울한 나날이었다. 오늘(18일)아침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월드컵축구에서 시원한 승전보나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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