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상경제권/아세안 성장 좌우한다/동남아지역 자본의 70% 장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상경제권/아세안 성장 좌우한다/동남아지역 자본의 70% 장악

입력
1994.06.17 00:00
0 0

◎인니·태·비·말련 등 화교비율 6%선/다방면의 기업보유 “베일속에 활동” 아세안의 경제를 살피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화교상의 움직임이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2천6백만명 추산)의 80%가 동남아에 집중, 「화상경제권」을 형성해 이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은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 있지만 브루나이를 제외한 아세안에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동남아 인구의 6%에 불과한 화교가 이 지역 자본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본 미쓰이물산 연구소도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 3%(6백30만명)의 화교가 민간자본의 70%를, 태국은 9%(5백만명)가 80%를, 필리핀은 2%(1백만명)가 50%를, 말레이시아는 30%(6백만명)가 70%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었다.

 아세안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화교기업을 살펴본다.

▷인도네시아◁

 ▲린샤오량(림소량)의 사림그룹은 동남아 최대 재벌기업. 총매출액(20억달러)은 이 나라 GNP의 5%를 점유한다. 제분업을 독점하고 있으며 시멘트는 국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산하은행인 BCA는 인니 최대의 민영은행. 홍콩의 강년은행을 사들인데 이어 계열사 FPC를 통해 홍콩을 중심으로 부동산 무선통신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윌리엄 수라자야(사건량)의 아스트라그룹은 자국 자동차시장의 50%와 오토바이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황혁총(71)의 시나르마스그룹은 금융, 부동산, 펄프, 팜오일, 레저등 다방면에 걸쳐 4백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제지사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동남아의 대표적 화교그룹인 곽브러더스그룹의 총수 로버트 곽(곽학년)은 샹그릴라 호텔과 리조트 체인망을 가진 부동산재벌이자 설탕왕이다. 산하 「퍼시픽 캐리어스」는 동남아 최대의 선적회사이며 그의 부동산은 말레이시아 남단 조호주에서부터 캐나다까지 퍼져 있다. 제분 합판 시멘트 금융등에도 진출해 있다. ▲풍륭그룹(곽령찬)은 플랜테이션과 부동산 투자에 노력하고 있고 라이온그룹(종연삼)은 철강업에 강하다.

▷태국◁

 ▲챠론 포카판(CP)그룹은 중국으로부터 야채씨앗과 비료를 수입하는 작은 가게에서 출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농업관련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그룹의 총수 다닌챠라바논(사국민·52)은 총재산 26억달러로 지난해 「포천」지 선정 세계 1백대 부호중 75위에 올랐었다. 석유 정보통신 부동산 금융 무역회사등이 있으며, 인니 홍콩 터키 버뮤다등에 거점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이다. ▲타나욘그룹은 일세이코의 판매대리점으로 시작, 재벌로 성장한 그룹으로 「방콕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방콕의 부동산왕으로 불리는 몽고르 칸챠파나스(황자명·73)는 재산이 21억달러로 「포천」지에 96위로 올랐다. ▲방콕은행그룹(진유한)은 은행 및 보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 92년 중국 광동성에 이어 최근 베트남에도 지점을 개설했다.

▷필리핀◁

 ▲루시오탄그룹의 진영재(59)는 담배공장 직공에서 출발, 은행 건설 양조 호텔등 1백개사를 거느리는 재벌로 성장했다. 이 그룹은 지난해초 필리핀 항공의 주식 33%를 획득, 경영권을 취득했다. ▲탄유그룹(정주민)은 코프라(야자유 원료) 판매로 부를 축적했으며, 알폰소 유체코그룹(양응림)은 금융재벌로 통신 농약분야에도 진출해 있다.【자카르타=황양준기자】

◎인니 사림그룹/계열사 5백 “동남아최대 화교재벌”/림회장 18세때 땅콩기름장수 출발/재산30억불… “얼굴없는 거상”으로

 인도네시아 최대 기업집단인 사림그룹총수 린샤오량(림소량·77)은 동남아 최대 화교재벌이다. BCA(금융서비스업), 보가사리(제분업), 인도시멘트(시멘트 제조 및 무역업), 인도철강, 메트로폴리탄(부동산업), 인도모빌(자동차공업), 카라무르(목재업), 나판(화공업)등 여러 소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사림그룹의 계열사는 5백개가 넘는다. 또 자회사는 아프리카 미국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중국으로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그의 총재산은 인도네시아 정부예산의 10%에 가까운 30억달러로 지난해 「포천」지가 발표한 세계부호순위 64위에 랭크됐다.

 림소량은 철저히 베일에 가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얼굴없는 화교거상」으로 불린다. 공식석상은 물론 매스컴을 극도로 꺼려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행적이 이렇다 보니 일본의 점령시기인 30년대 중부 자바의 소읍인 쿠두스의 땅콩기름 상인이 일약 동남아 최고의 화교갑부로 변신한데 대해 많은 소문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소문은 「수하르토 대통령과의 친분설」이다.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는 중국 복건성 복청시출신으로 18세때 단신 인도네시아로 건너왔다. 땅콩기름 장사를 하다 업종을 담배중개상으로 바꾼 뒤 착실히 자본을 축적해왔다. 그는 대네덜란드 독립전쟁당시 인도네시아 공화군을 지원하다 우연히 자바지역에서 지휘관으로 활동하던 수하르토 중령을 알게 됐다. 림은 이후 수하르토가 군부내 지지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지원, 서로간에 두터운 신뢰를 쌓아갔다.

 67년 권좌에 오른 수하르토는 화교에 대한 탄압정책을 펴면서도 림소량에게만은 주요 소비재의 국내 공급독점권을 넘겨주는등 특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최근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VIP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유익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수하르토 대통령과의 우정을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해 본 적은 결코 없다』며 세간의 유착설을 일축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가리켜 「대단히 창조적이고 활동적인 기업가」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기업이 단순히 권력층과의 제휴에 의해서 성장했다기 보다는 돈버는 기회에 대한 탁월한 후각, 즉 시대상황에 맞는 기업전략을 잘 구사하는 능력이 그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림소량은 고령에도 불구, 아직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결정은 그의 아들 린시엔창(46)과 린홍시엔(44), 그리고 일부 전문 경영인들이 맡고있다. 린홍시엔은 사림그룹의 후계자 물망에 올라있다.【자카르타 =남재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