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서 북핵관련 “전쟁날것 같으냐” 질문쇄도/“잘못대답땐 파문” 안보과민-불감증사이 어정쩡 요즘 국회의원은 북핵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럽다. 특히 지방출신 여당의원이 더욱 그렇다. 유권자로부터『전쟁이 날 것같으냐』는 질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중앙무대」에 있는 국회의원이니 무언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심리가 의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의원들이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않다. 의원 스스로 정통한 정보를 갖고 있지않은데다 자칫 자신의 말 한마디가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른다고만 대답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름대로의 정보와 판단을 근거로 얘기하지만 곤혹스럽기는 어쩔 수 없다. 역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안보과민증과 안보불감증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대체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유권자에게 『안심하라』고 말한다. 대부분 의원은 실제로 전쟁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않다해도 자신이 불안감을 표시했을 경우 그 지역에 파급될 영향을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자당의 한 의원은『요즘 지역구에 가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서 『잘못 얘기했다가는 소동이 날 것같아 일단 안심하라고 말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의원은 그러나 『무턱대고 안심하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안보불감증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민주계인 그는『군사정권이 안보를 정권유지에 이용해왔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며 안보불감증과 안보과민증을 동시에 염려해야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전방에 가까운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의원일수록 주민을 안심시키느라 곤욕을 치른다. 경기 북부지역의 한 의원은『주민이 무척 많이 물어본다』면서 『무조건 안심하라고 일러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 우리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갖지말라고 해도 안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지역주민의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로 들렸다.
조심하는 것은 말뿐이 아니다. 집에 생필품을 많이 사놓았다가는 사재기로 오해받게 된다. 무엇보다 주민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 민감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에게「행동지침」이 되는 셈이다.
의원들이 지역주민에게 설명하는 내용은 현지실정에 따라 가지각색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은 『절대 안심하라』고 말할 수도,『유사시에 대비하라』고 말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처지에 처해 쏟아지는 질문에 난감해하고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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