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마다 특집… 민방위·사재기 등 왜곡/걸프전의식 “시청률만회 호기” 전력투구/레이니주한미대사 클린턴에 항의하기도 미국의 일부 언론과 보수세력이 북한핵을 둘러싼 위기국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실상을 확대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가 클린턴대통령에게 제임스 울시 미중앙정보국장이 북한 핵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점을 불평했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미정부와 의회 안보 관계자들은 미국방부의 한반도 유사시 위기대책 방안이 마치 이번 사태로 인해 긴급히 마련된 것처럼 일부 미국 언론이 전함으로써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예로 오하이오주에서 발간되는 유력지 플레인 딜러지는 미국의 「한반도전쟁계획」을 소개하면서 펜타곤이 미전투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방위군과 예비군에 즉각 동원령을 내릴 태세인 것처럼 보도한 사실이 지적됐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특히 강조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언론사는 뉴스전문방송인 CNN.미국의 정부관리들도 『북핵문제에 대한 CNN보도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의 대한반도 시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문제는 이 매체가 지나치게 갈등지향적으로 사태를 전함으로써 실상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실제로 CNN은 최근 며칠사이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란 제목의 특집을 시간 단위로 계속 내보내면서 한국의 민방위 훈련을 본격적인 전쟁 대비훈련인 것처럼 반복해서 소개하는가 하면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필품 사재기」를 마치 전국적인 현상인양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
일부 미국 인사들은 이에 대해 CNN이 과거 걸프전 보도로 확고한 기반을 다졌음을 상기시키면서 『북한핵문제로 촉발된 한반도 사태를 또다른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지난 10일 CNN의 최근 보도 성향을 분석하면서 걸프전과 같은「화끈한 뉴스원」이 마땅치 않은 현상황에서 생방송을 강화하고 국제적 관심사에 대한 기획 취재를 활성화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6월 현재 주요 시간대 시청률이 이례적으로 작년에 비해 26%나 떨어졌으며 92년 제정된 미시청자보호법이 자사에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CNN 사주인 테드 터너가 법정 투쟁을 전개중인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핵 등 핫이슈에 대한 CNN의 보도태도는 최근 미의회 청문회에서도 거론돼 터너가 직접 증언에 나서기 까지 했다.
미국 인사들은 요즘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미국내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언론보도와 정부태도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점을 제기했다. 북한핵에 대한 미국의 정책 결정및 여론형성 과정을 충분히 소화하기 보다는 상황전개에 따른 조건반사식 보도태도를 취하는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미관계자들은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보다 많은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한국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이를 통해 미언론 일각과 보수진영의 강경한 목소리를 구별해내야 객관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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