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석유·공단개발 등 3천여건 2백억불 투자/ 『남쪽으로 가자』 대만은 최근 소위「남향정책」을 확정해 아세안 6개국과 베트남등 동남아 지역에 대한 대만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이등휘대만총통은 지난 2월 구정 휴가를 이용,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3개국을 순방함으로써 앞장서서 남향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총통은 특히 라모스필리핀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필리핀 수비크만을 공동개발키로 하는등 7대 경제 협력에 합의했다.
당시 회담에서 대만은 수빅만 개발을 위해 대만행정원이 관리하는 해외경제합작기금에서 2천5백만달러를 지원하며 필리핀은 대만에 50년간 무료로 수비크만 토지 3백㏊를 임대해 대만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현재 수비크만에는 4개의 대만 기업이 이미 투자를 했고 90여개의 기업이 투자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대만이 남향정책을 추진하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중국대륙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을 탈피해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만기업들의 중국대륙 투자는 지난 88년 개방이래 지난해까지 수백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계에 나타난 수치로도 이미 90억달러 수준이다. 중국과의 교역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한 상품은 75억8천만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대만 전체 수출액의 8.9%를 차지하는 것이다. 대만 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대륙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대륙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남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세안국가들이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베트남등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남향정책의 배경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아세안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인도차이나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만기업들의 동남아지역 투자는 3천3백83건에 모두 1백65억1천5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투자액은 59억1천5백만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태국에 45억2백만달러, 필리핀에 44억2천3백만달러, 인도네시아에 40억3천4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대만의 총투자액은 15억3천만달러로 전체 투자국들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47건에 4억3천6백만달러를 투자하는등 베트남에 대한 투자는 최근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대만은 이미 베트남과 농업 석유 공단개발 금융 등 4개 분야의 합작전담반까지 구성했다.
대만의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투자가 절정에 이르렀던 때는 89∼91년이었다. 92∼93년에는 오히려 신규 투자액수가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반면 중국대륙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만의 남향정책은 바로 이런 시점에서 나왔다.
대만은 남향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경제부 차장(차관)을 의장으로 하고 경제건설위 농업위 중앙은행 외교부 재정부등 각 부처 관계자들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대륙 붐으로 잠시 주춤했던 대만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은 정부의 남향정책 추진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대북=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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