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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업기업 정말 필요한가/“현실성 없다”비판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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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업기업 정말 필요한가/“현실성 없다”비판여론

입력
199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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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높여 주인찾아주기」 경제집중 심화/소유-경영분리 시대조류 역행/특혜의혹 없도록 경쟁입찰 민영화해도/금융판도 「돈싸움」추태 “불보듯”/이권싼 또다른 재계분란 조장이 더문제 공기업 민영화로 재계에 분란거리가 생겨 공연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는 또 느닷없이 금융재벌 문제를 들고 나와 재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정부와 민자당에서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는 금융전업기업(또는 자본) 육성문제는 출발점이 잘못돼 있는데다가 현실성있는 결론의 도출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여서 쓸데없이 「비생산적인 소모논쟁」만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잘못된 주제를 놓고 실무검토다, 부처간 의견조율이다 해서 힘을 낭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권과 특혜가 개입돼 재계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또 하나 내던져 경쟁력 강화에 몰두해야 할 기업들을 이권다툼의 분란 속에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재벌논쟁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라는 개념이다. 현재 은행의 주식은 은행법상 동일인이 8%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상한선을 터서 은행에 주인이 있도록 해야만 책임있는 경영이 가능해져 한국금융이 개방화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재벌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논리다. 즉 특정인(자본)의 은행소유권 인정→소유자의 경영권 장악→책임 경영→은행의 발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의 허점은 재벌등 한국기업의 일반적 문제점과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우리나라 재벌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주저없이 소유와 경영이 통합돼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시급함을 누구나 이의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확실한 분리가 선진기업의 징표이며 국내기업들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돼 왔다. 즉 기업소유분산→소유와 경영의 분리→책임있는 전문경영→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논리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국내기업의 과제인데 거꾸로 금융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통합, 소유자의 경영권 행사가 없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재벌육성론의 가장 큰 허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산업재벌에 대해선 소유자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의 경우엔 소유자의 경영지배가 안돼서 금융이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다니 이것은 궤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다.

 외국은행의 사례를 보더라도 소유자의 경영지배는 없다. 은행의 최대 주주는 일본의 경우 기껏해야 5% 미만, 미국의 경우 3% 미만이다. 경영권을 장악할 정도의 소유자는 없다. 「주인은 없지만 경영자는 있는 은행」이 선진국은행이다. 우리는 이미 8%까지 소유를 법적으로 허용해 주고 있는데 무엇이 또 부족하다는 것일까.

 금융전업기업론의 또 하나 문제점은 이른바 돈놓고 돈먹기 식의 「돈 싸움」이 금융판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국민은행이나 산업은행같은 큰 은행들을 특혜의혹없이 투명한 방법으로 민영화를 하자면 공개경쟁입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게 결국은 공기업 민영화처럼 돈 많은 기업이나 사람에게 은행을 내주는 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포철처럼 민간기업보다 더 효율적인 공기업도 있고 민영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자동차보험은 오래전에 민영화됐지만 인정받을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공기업이든 은행이든 덮어놓고 민영화(사실상 불하)를 서두르면 쓸데없는 의혹만 증폭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한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한다 해도 뒷말이 없을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인데 그걸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꾸 서둘러 진행시키려 한다면 공연한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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