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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남아경제의 주춧돌”/제조·금융·레저 등 전분야 “일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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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남아경제의 주춧돌”/제조·금융·레저 등 전분야 “일본판”

입력
199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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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환율정책까지 영향력 행사 「마쓰시타사는 말레이시아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일본은 앞으로도 동남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신문과 방송을 거의 매일 장식하고 있는 일본 관련 기사와 광고문안들 중의 일부이다. 특이한 것은 각 문구에는 동남아시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일본의 거만함과 과시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이를 별로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투자가 계속된다」는 등의 약속은 이 지역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도 「동남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일본의 속국이 되었다」는 비판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일본의 투자가 오늘날 고도성장의 동남아시아를 만들었다는 긍정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동남아시아는 온통 「일본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이 지역으로 투자진출을 해 온 일본은 각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를 깊숙이 장악하고 있다. 종합상사 제조업 건설업 금융업에서부터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일본자본의 손길이 안간 곳이 없다.

 최근 태국 주재 일본 무역진흥회는 『지난해 태국의 수출총액 중 52%가 일본계 회사의 실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통계의 정확성을 검증할 수는 없지만 동남아시아에서의 일본의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은 공식적으로는 9백80여개. 그러나 실제로는 2천여개를 넘는다는 것이 태국 주재 일본무역관의 주장이다. 여기에 미쓰이 종합상사의 경우는 40∼50개의 현지합작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것등을 감안하면 일본계 투자업체 수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등도 마찬가지다. 1천여개의 일본업체가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에 87년부터 93년 사이에 투입된 일본계 자본총액은 1백60여억 링깃(약 4조8천2백5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에는 48억9천만 싱가포르 달러(약 2조4천4백60억원), 인도네시아에는 1백28억달러(67∼93년·약1백2조원), 필리핀에는 2백78억 페소(88∼93년·약8천1백83억원)라는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덕분에 이 지역 국가에 세워진 자본재·중간재 기업과 공장은 거의 일본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판」을 만들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 국가경제에서 일본의 비중에 비례해 그 영향력도 막강하다.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점하고 있는 마쓰시타 그룹은 이 나라의 환율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의 사회경제 계획청은 자국 무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방콕항과 람차방항을 건설할 때 일본의 자문을 받아야 했다. 주위의 노른자위 땅은 일본업체가 차지하는 등 일본 위주의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을 만들어 낸 것도 일본이 가진 영향력의 한 예이다.

 『일본이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맹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그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동남아 투자진출 현황을 직접 체감한 한 한국 투자기업 지사장의 체념섞인 고백이다.【방콕=김철훈기자】

◎이토추종합상사 태법인 후쿠모토 사장/“아세안 진출엔 현지화전략 중요”

 1천여개가 넘는 태국의 일본기업중 이토추종합상사는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중 하나로 꼽힌다. 후쿠모토 현지법인사장은 자신들의 투자성공비결에 대해 『현지인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일본인 관리자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후쿠모토 사장과의 일문일답.

 ―태국투자의 이점은.

 『태국은 아시아의 어느 국가보다 외국인투자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법제도가 대단히 실질적이고 유연하다』

 ―현지법인의 경영방식은.

 『지난 75년 태국에서는 일본기업에 대한 반대운동이 있었다. 일본기업이 대거 진출하면서 현지기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항상 뒤편에 앉아있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인 관리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태국인직원이 1천2백명이고 일본인직원은 사장을 포함해 25명이다. 현지법인이 재투자한 합작회사가 60여개인데 이곳의 일본인직원은 모두 30명정도이다』

 ―일본인과 현지인들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을텐데.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일단 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대졸자들이 5년정도마다 더 좋은 급여를 찾아 직장을 옮기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고급관리자들에게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 높은 급여와 빠른 진급등이다. 이렇게 하면 고급관리자들은 그만두지 않는다. 일반직사원들이 자주 교체되어도 문제가 없다』

 ―태국투자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빈부차가 극심해서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교육수준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한 점도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방콕=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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